화성 팔탄면 물류센터 안전사고 발생 현장. 뉴시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 수는 25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엄벌해 재해를 줄인다는 것이 법 도입 취지였지만, 별다른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셈이다.
지난해 1월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법은 형사처벌 대상을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하는 등 모호한 조항이 많아 기업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법원 판결조차 나온 게 없어 정확히 어떤 사고가 처벌 대상인지,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기업들이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했다고 시인할 정도로 예방 효과도 불확실하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적용 대상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추가로 적용될 중소기업의 77%는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안전관리 체계 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산업재해는 환경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정작 해당 중소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거나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안전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내년에 소규모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까지 지금의 법이 확대 적용되면 혼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선(先)예방, 후(後)처벌’ 중심의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국회는 문제로 지적되는 경영책임자 조항 등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