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주 씨가 경기 수원 만석공원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둘째를 낳고 체중이 많이 늘어난 그는 2013년부터 달리기와 헬스를 시작해 1년 만에 22kg을 감량했다. 요즘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다.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아들만 셋을 키우는 진은주 씨(42)는 둘째가 세 살 때인 2013년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았다. 결혼을 일찍 해 미혼인 친구가 많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살이 찐 거야”라며 놀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체중이 좀 늘었지만 비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날씬한 친구들을 보니 비교가 됐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 바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일단 무작정 달렸어요. 아이들 재우고 집(경기 수원시) 근처 만석공원을 밤 12시에도 달렸죠. 피트니스센터에도 등록했어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했죠.”
진 씨는 “둘째 낳을 때쯤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에서 애만 키우다 보니 체중이 불어 있었다. 집에서 돌보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스피닝 자전거를 타는 그룹 운동을 주로 했다. 매일 1시간 이상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1년여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려 22kg을 감량했다. 그는 “건강해지자 운동이 즐거웠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고 했다.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포기하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때부터는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리기에 더 몰두했습니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참가 신청을 한 뒤 완주하기 위해 하루에 거의 5시간 이상 운동했습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45km를 20시간에 2회 완주하는 등 대회 출전 전까지 5개 산을 5차례 훈련 삼아 달렸다. 한겨울 섭씨 영하 17도에도 달렸다. 여름 폭염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안 달렸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됐다”고 했다. 2021년 10월 나인피크울주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했고 여자부 7위를 했다. 그는 “완주만으로도 기뻤는데 상위 성적까지 내서 더 좋았다”고 했다.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제 몸을 보니 너무 혹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늙어 보였어요. 생각해 보니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운동을 했으니…. 발목 등 부상도 많았어요. 그때부턴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 씨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운동한다.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주 1, 2회는 광교산을 달린다. 그는 “지금은 몸속 노폐물을 뺀다는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 알프스 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는 “171km는 못 달리고 55km 정도를 여행하듯 달리고 싶다. 올핸 UTMB 포인트를 주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다”고 했다. 진 씨는 4월 열리는 코리아 50K와 5월 열리는 제주국제트레일러닝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