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붕은 언젠가 바람과 함께 일어나, 회오리바람 타고 구만리 높이 솟구치리.
바람이 멎어 아래로 내려오면, 날갯짓으로 바닷물도 뒤집을 수 있으리.
사람들은 유별난 내 행동을 보거나, 내가 큰소리치는 걸 듣고 냉소를 보내지만
(大鵬一日同風起, 扶搖直上九萬里. 假令風歇時下來, 猶能簸卻滄溟水. 世人見我恆殊調, 聞余大言皆冷笑. 宣父猶能畏後生, 丈夫未可輕年少.)―‘이옹께 올리다(상이옹·上李邕)’ 이백(李白·701∼762)
대붕(大鵬)은 ‘장자(莊子)’에 등장하는 전설 속의 새. 구만리 하늘로 치솟기도 하고 날갯짓으로 바닷물도 뒤집는 위력을 가졌기에 곧잘 원대한 꿈, 무한의 자유, 활기찬 패기 등에 비견된다. 이백이 이 새를 끌어들인 것도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이겠다. 천지를 휘몰아치는 대붕의 기세처럼 자신도 세상에 크게 쓰일 수 있다는 당찬 자부심이다.
시는 아직 관직에 입문조차 않은 청년 이백이 유주자사(渝州刺史) 이옹(李邕)을 만난 직후 올린 글. 세간에서는 내 행동이 괴팍스럽다거나 내 말이 흰소리에 불과하다고 냉소한다. 물정 모르는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야 그렇다 치고 대장부인 귀하마저 나를 홀대할 수 있단 말인가. ‘공자도 후배를 경외할 줄 알았다’는 말은 거의 무례에 가까운 충고다. 풋내기 선비인 시인이 왜 이리도 불손하게 지방 장관을 몰아쳤는지 그 연유는 알 수 없다. 황제의 총애도 나 몰라라 평생 천하를 주유하며 음주와 신선술에 심취했던 이백. 그의 자유분방한 기질은 어쩌면 젊은 시절의 이런 자부심에서 비롯했는지도 모른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재상들을 향해 ‘내 키가 비록 일곱 자도 못 되지만 마음만은 만인을 능가할 만큼 웅대하다’고 유세하고 다닌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