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상담후 뇌전증 진단” 증거 확보
변호사, 상담 시인후 소명자료 제출
브로커 체포땐 동료에 변호 부탁도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장판사 출신으로 현재 대형 로펌 소속인 A 변호사의 아들이 병역브로커 구모 씨의 도움으로 병역을 면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변호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에게 구 씨의 변호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은 A 변호사의 아들과 부인이 구 씨를 찾아가 뇌전증 진단 관련 상담을 받고 병역을 면탈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씨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A 변호사 아들의 병역 관련 서류와 계약서 등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변호사의 아들은 ‘등급 보류’에 해당하는 신체등급 7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말 구 씨가 검찰에 체포되자 구 씨의 요청으로 구치소를 찾아가 면담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B 변호사에게 구 씨의 변호를 부탁했다. B 변호사는 현재까지 구 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A 변호사는 “구 씨가 변호를 의뢰했는데 직접 맡기 어렵다고 판단해 알고 지내던 동료 변호사를 소개해준 것”이라고 했다. B 변호사는 “A 변호사에게 구 씨와의 관계 등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 씨는 평소 A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의 이름이 적힌 ‘협약서’를 휴대전화에 보관하면서 의뢰인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한 후 ‘뇌전증 연기 시나리오’를 알려주고, 의뢰인이 “불법 같다”며 꺼리면 협약서를 보여주면서 “이미 사인을 했으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것이다. 다만 협약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1일 구속 기소된 구 씨는 현재 B 변호사의 검찰 조사 입회를 거부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7일에는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래퍼 라비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