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간) 아메론 스위스 마운틴 호텔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차 스위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과 협의해서 중국을 한 번 방문할 생각”이라며 방중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혀 대내외적 파장이 이어지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윤 대통령은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경제 외교’ 순방을 마무리하고 21일 오전 귀국한다.
● “北, 핵과 경제 중 당분간 경제 선택 어려울 것”
윤 대통령은 WSJ 인터뷰에서 방중 관련 질문을 받자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서로 초청했다며 방중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국 방문을 공식 요청했고 시 주석은 “싡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기쁘게 응하겠다”며 윤 대통령의 방중을 역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방중 이후 4년 만에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찾게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으로 안다”며 당장 방중이 실현될 가능성에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외교부도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시 주석이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게 순서라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정부는 NPT 시스템을 매우 존중하며, 미국과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해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WSJ는 “윤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기존 발언을 누그러뜨렸다(dial back)”고 했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 움직임에 대해선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양자과학기술 도약 원년…인력 지도 그리라”
윤 대통령은 이날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찾아 양자과학 석학들과 만나 “올해를 양자기술 선도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미래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양자 과학에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디세르토리 부총장 등의 조언에 따라 “(미래산업) 인력 지도를 그려서 잘 검토하라”는 쪽지 지시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내렸다. 이 장관은 “양자기술, 반도체 등 12개 국가전략기술의 인력현황과 발전방안을 담은 인력맵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전을 조금 더 확대해나갈 생각”이라는 윤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대담 발언에 대해 “정책 방향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추가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또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는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원유수출 대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