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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동생 수면제 먹이고 유기한 40대…2심서 감형, 왜?

입력 | 2023-01-20 21:04:00


지적장애인인 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숨기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법원은 동생을 직접 살인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조광국·이지영)는 20일 살인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4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0만 원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6월 28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을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간 뒤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현장 검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내용을 토대로 A 씨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동생이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사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수면제를 먹여 하천 둔치까지 데려다 놓고 귀가했지만, 직접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A 씨는 부모님이 사망한 후 4년간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물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사망했다”며 “A 씨는 동생을 유기한 후 실종 신고를 할 때 동선 등을 허위로 진술했다. 일반적인 유기치사 사건에 비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동생이 술을 마시지 못함에도, 위스키를 권했고 수면제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동생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A 씨가 상속재산 34억여 원에 대한 분할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