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지음·김성훈 옮김/388쪽·2만2000원·와이즈베리

프랑스 화가 윌리암아돌프 부그로가 1875년에 그린 ‘자장가’. 저자는 “엄마는 안정적인 리듬으로 노래를 부르고 호흡하며 태어난 아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한다”고 설명한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신경과학자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저자는 “초기 인류 사이에서 강력한 유대를 만들어낸 것은 조화로운 노래였고, 그 유대 덕분에 거대한 문명과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장구한 세월을 거치며 세계 곳곳 수많은 사람이 만든 노래는 인간에게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이라는 6가지 세상을 빚어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선조들이 일하던 낮 시간과 잠 못 이루던 밤 시간을 채워주었던 문명의 사운드트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뿐 아니라 노래가 인간 뇌에 미치는 신경과학적 변화를 풍부하게 담았다.

슬플 때 더 슬픈 발라드가 필요한 데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슬픈 음악을 들을 때 흘리는 눈물에는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이 담겨 있다. 프로락틴은 기쁨의 눈물이나 하품할 때 흘러나오는 눈물에서는 나오지 않고 오직 슬픔의 눈물에서만 나온다. 이 호르몬은 정신적 상처를 지닌 이들에게 새로운 일을 받아들여 새 시작을 할 수 있게 돕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슬픈 음악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가상의 슬픔’을 선사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치유의 힘을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노래가 만들어낸 최고의 마법은 단연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의 다채로운 플레이리스트가 담겼다. 그중 그는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마이크 스콧의 ‘모두 안으로 들여(Bring ′Em All In)’를 가장 완벽한 사랑 노래로 꼽았다. 노랫말이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을 끌어안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어서다. ‘모두 안으로 들여/어둠에서 온 것들도 들여/그늘에서 온 것도 들여, 그들을 빛 속에 세워.’
“다른 이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결함투성이 인류를 위해 노래를 만들어 찬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것”이라는 저자의 음악 예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간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