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검사의 자화상/송종의 지음/392쪽·1만8000원·법률신문사
용산고 재학 시절 등록금을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던 저자는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첫 부임지였던 대구지검에서 당시 재벌가가 연루된 문화재보호법위반 사건을 맡았다. 훗날 국보로 지정되는 청자 인물형 주전자를 국고로 가져오고 뇌물도 두 번이나 거절할 정도로 패기 있는 검사였다.
하지만 이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엔 사람을 헷갈려 구속 기소해야 할 피고인을 풀어줬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검거하고, 조직폭력배 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진술만 믿고 그를 기소했다가 재판에서 거짓 진술임이 드러나 패소하기도 했다. 이후 저자가 1990년 대검 강력부장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 때 김태촌은 구속됐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저자는 대검 차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이후 충남 논산의 밤나무 산에 머물다 1996년 법제처장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할 뻔한 이야기도 담겼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