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30일 해제] 839일만에 실내마스크 ‘법적의무’ 해제
정부가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더 이상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마스크는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의무’만 해제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설 연휴(21∼24일)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까지 겹치면 재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마스크 자율화, 철회할 가능성 작아”
이번 조치가 한국이 ‘대유행의 끝’을 뜻하는 ‘엔데믹’으로 향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엔데믹으로 가는 길에 걸려 있던 ‘마지막 고리’를 풀어준 것”이라며 “일상 복귀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식당이나 카페, 회사 등 민간시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법적 의무는 사라지지만 사업주나 사장, 경영자 등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고객과 직원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을 방역당국은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 학교는… ‘우려’ , ‘7일 격리’ 단축도 논의
실내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반기는 여론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혼란도 포착됐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그간 교육 현장에서는 “마스크가 입 모양을 가리는 탓에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사회성 함양을 해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학부모 사이에서는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기저질환을 앓거나 건강이 안 좋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크다.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정모 씨(40)는 “유치원이나 초교는 아이들이 소리도 많이 지르고 밀집도도 높은데 마스크 착용 해제는 좀 이른 것 같다. 독감이나 미세먼지도 걱정돼 한동안은 마스크를 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고 20일 밝혔지만 일선 학교들에서는 “도대체 어떤 경우에 착용을 ‘적극 권고’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미연 서울 성자초 교사는 “교실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일단 가지고는 와야 하는지, 비말이 퍼질 수 있는 합창이나 관악기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여론도 중요한 만큼 학부모 설문조사에 나서는 학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관련 세부 지침을 27일까지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다.
농구, 배구 등 겨울철 실내 프로 스포츠 종목은 한목소리로 반겼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마스크를 벗고 응원할 수 있게 되면 경기장이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로 변해 더 많은 팬이 찾아주실 것”이라며 환영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