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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화리튬’ 중국산 90% 육박… 배터리업계 ‘IRA 대응’ 비상

입력 | 2023-01-25 03:00:00

2018년 65% 이후 매년 증가세
코발트-천연흑연도 큰폭으로 늘어
“요건 완화한 美, 언제든 제재 가능
공급망 다변화로 中의존 벗어나야”




지난해 2차 전지의 핵심 원자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중국산 광물 비중을 낮춰야 하지만 단기간에 대안을 찾기 어려워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화리튬을 포함한 수산화리튬 전체 수입액 36억7638만 달러 중 중국산 비중은 87.9%(32억3173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산 리튬 의존도는 2018년에는 64.9%였지만,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 금액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1년 전(5억5867만 달러)보다 약 5.8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 중량이 537만 t에서 709만 t으로 31.9% 증가한 것에 비해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건 국제 리튬 가격이 1년 사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021년 말 t당 약 900만 원이던 리튬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약 8500만 원으로 폭등했다.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코발트도 중국산 수입 비중이 2022년 72.8%(1억8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2021년 중국산 수입 비중은 64.0%였는데 1년 사이 8.8%포인트 늘었다. 음극재로 쓰이는 천연 흑연도 지난해 전체 수입액 1억3000만 달러 중 1억2000만 달러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중국산 비중이 94%로 2021년 87.5%에서 1년 만에 큰 폭으로 늘었다.

배터리용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IRA 대응 전략 마련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국의 IRA는 광물과 부품 관련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 중 3750달러는 북미 지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2023년 기준, 2027년에는 80% 이상) 사용해야 받을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등에서 생산하는 리튬 총 30만 t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미국 컴퍼스미네랄과 6년간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SK온도 칠레 SQM과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배터리 원료 공급처를 다양화해도 당장 중국산 배터리 원료 수입량을 줄였다가는 배터리 생산량 자체를 맞추지 못할 수 있어 당분간 중국 의존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최근 FTA 미체결국에서 채굴한 광물이라도 한국과 같은 FTA 체결 국가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판단하기로 기준을 완화했다. 문구대로라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배터리라도 국내에서 가공됐다면 보조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미국 정부가 언제든 중국산 광물 사용을 원천 배제할 수 있어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고민과 행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공급망이 안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