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맥주박’ 업사이클링 영양가 높은 ‘피자 도’ 만들고 샴푸-보디워시 등 선보여
지난해 6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오비맥주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업사이클링 페스티벌’ 행사에서 참여자들이 라피끄가 개발한 맥주박 활용 화장품을 체험하고 있다. 라피끄 제공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할 순 없을까?’
2019년 설립된 리하베스트는 식품을 제조하고 난 뒤 버려지는 부산물 처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의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기업이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창업 전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며 제조 과정에서 식품 원료의 70%가 폐기되는 것을 목격했고, 이에 선순환되지 못하는 식음료(F&B) 산업의 문제를 체감했다.
식품 부산물을 재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민 대표의 눈에 들어온 건 맥주박이었다. 맥주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맥주박으로 대체 제분인 ‘리너지가루’를 만들었다. 리너지가루는 밀가루와 맛 차이가 거의 없지만 칼로리는 30% 낮고, 단백질은 약 2.4배, 식이섬유는 약 20배 더 많다. 리하베스트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대산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리너지가루로 피자 도를 개발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주력했다. 또한 리너지가루로 만든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자체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리너지바는 지난해 4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1300만 원 이상을 모금하며 초기 목표 펀딩액의 약 2600%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리하베스트는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업사이클 공장을 세우는 등 제조 역량 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화장품 연구개발 및 생산 스타트업 라피끄도 오비맥주와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토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다. 스타트업 밋업 프로그램과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의 해외실증(PoC) 프로그램에서 지원 대상으로 선발된 라피끄는 AB인베브 보유 맥주회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맥주 부산물을 수급할 수 있는 물질이전계약(MTA)을 완료했다. 오비맥주 이천 공장에서 맥주박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며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 라피끄는 맥주 효모 및 맥주박을 활용하는 화장품 원료화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을 넘어 지난해 6월과 12월에는 샴푸, 보디워시 등 맥주박을 활용해 제조한 화장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범주 라피끄 대표는 “오비맥주와의 협력으로 맥주박을 소재로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식품 부산물을 화장품 원료 소재로 활용하는 기술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다음 달 오비맥주와 함께 개발한 제품을 론칭하는 등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