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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줄 잇는 中企 휴·폐업, ‘질서 있는 퇴장’ 지원해야

입력 | 2023-01-25 00:00:00

조선업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3일 부산에서 열린 중소조선 스마트생산혁신 지원사업 성과 교류회에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중소조선연구원 제공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 수출과 내수 침체가 겹친 복합 위기가 길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 국가산업단지에서도 휴업, 폐업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노란우산 공제’에 가입한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게 작년에 지급된 폐업 공제금은 9682억 원으로 4년 만에 77%나 급증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국가산업단지에서 휴업, 폐업한 기업의 수도 지난해 633곳으로 4년 전보다 182%나 증가했다.

특히 국가산업단지에서 휴업을 신청한 기업은 작년에 68개로 전년의 4배 이상 늘었다. 우량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국가산업단지에서 휴업 규모가 이 정도이니 일반 산업단지 상황은 더 열악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들이 휴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폐업 시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대출금 등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빚을 갚을 수 없어 간판만 걸어놓은 채 사실상 사업을 접은 것이다. 지난해 말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허용되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의 시효까지 끝나면서 소득이 줄어든 기능공들마저 공장을 떠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일자리 대부분을 책임지는 경제 주체다. 지난해 취업자 2809만 명 중 임직원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2509만 명이었다. 대기업 채용이 더 많이 늘어 비중은 18년 만의 최저인 89%로 낮아졌지만 중소기업 취업자 수로는 사상 최대였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위기가 시작일 뿐이란 점이다. 정부의 각종 코로나19 지원금, 정책자금 지원이 올해부터 줄고, 금융회사의 대출금 상환 유예도 9월이면 종료된다.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옥석을 가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단계적이고, 질서 있는 퇴장을 유도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자산을 처분하고 퇴장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데 돈이 없어서 마지못해 휴업을 하는 기업이 있어선 안 된다. 반면 일시적 자금난을 넘어서면 성장 궤도에 오를 유망 중소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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