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 국보법 위반혐의 내사 지방으로 조직확대 시도 조사 北공작원 리광진 연루 가능성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국은 이 조직 내 복수의 인사들이 수년간 북한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이들이 북측과 집중적으로 접촉한 시기는 2020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공안 당국은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들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했을 때는 (북한과 접선을 위해) 해외로 가기도 힘들고 여러 가지로 제약 요인이 많다”며 “(2020년 이후에는 활동이) 조금 위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 조직이 이번에 수사선상에 오른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접선한 부부장급(차관보급) 북한 공작원 리광진(62)과 연관 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광진은 ‘김 목사 간첩 사건’(2015년),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2021년) 등 간첩 혐의 사건에서 지령을 내린 핵심 공작원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민노총 본부-보건의료노조 동시 압수수색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국정원과 경찰이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서자 조합원들이 대치하는 모습. 민노총 측은 압수수색을 막아서며 사무실 문에 ‘공안탄압 중단하라’는 팻말을 붙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거나 욕설과 고성으로 항의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노총 전·현직 간부 등을 수사 중인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이 두 곳을 비롯한 전국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사진 출처 민노총 트위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또다른 수도권 지하조직
“수도권 시민단체-대학 등 몰려있어
거점 만들면 인물 포섭 등 훨씬 용이
北 입장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델”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제주 ‘ㅎㄱㅎ’, 창원 ‘자통’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모습. 2023.1.18/뉴스1
“모든 (북한 연계) 지하조직은 전국 조직을 지향한다. 특히 중앙(수도권)을 탄탄하게 다진 뒤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게 (북한 입장에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수도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당국의 수사망이 촘촘해 지하조직 결성, 활동이 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다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돌아와 다른 인물들을 포섭하며 지령을 수행하기에는 수도권이 훨씬 용이하다고 공안 당국은 본다. 수도권에는 주요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권의 거점, 대학가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
소식통은 “수도권에 지하조직 거점이 형성되면 반미 집회 등 각종 ‘행동’에 나설 때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공안 당국은) 서울, 인천, 부산 등 광역 대도시에 지하 전위조직이 확산돼 있다고 보고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공안 당국은 자통 사건의 압수수색 대상자인 김모 씨가 창원에서 서울로 주소지를 옮긴 배경도 자통을 수도권으로 확장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국정원은 제주 ‘ㅎㄱㅎ’, 창원 ‘자통’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찰이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2023. 1.18/뉴스1
당국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완화되면서 국보법 위반 등 혐의로 주시 중인 조직·개인의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 당국은 수사선상에 오른 민노총 전·현직 간부들도 조만간 중국으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과 접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8일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