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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10% 줄면 국내 성장률 0.64%p 하락”

입력 | 2023-01-25 14:52:00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0.64% 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가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진 만큼,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침체기 한국 경제도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 ‘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64% 포인트, 수출이 2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1.27%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한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는 한국 생산, 투자, 수출 등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특히 수출의 경우 반도체 수출액(1292억 달러)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6839억 달러)의 18.9%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큰 산업으로 집계됐다. 2위인 석유제품(9.2%)과 3위인 석유화학(7.9%)을 합친 것보다 많다. 때문에 반도체 경기가 좋아 29.0%의 수출증가율을 보였던 2021년에는 전체 수출증가율도 25.7%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0.8%, 전체 수출증가율은 15.6%를 기록했다.

문제는 반도체가 업황에 따른 부침이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수출이 15.0% 줄었고 하반기 전체 수출도 2.3%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수출도 9.9%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 16.8% 감소하며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과거 사례를 보면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은 약 1년간 지속됐다. 과거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면 하반기 이후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경기둔화 및 통화 긴축과 반도체 치킨게임이 맞물려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연구진은 올해 국내 경제의 하락을 막고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천구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편중구소를 해소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국가 및 국내기업 간 협력관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D램, 낸드플래시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경기변동에 민감해 부진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증가했다.

또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국내 업계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국 등 경쟁국에서 반도체를 전략산업의 경쟁력으로 보고 국가 차원의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인재 공급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자립화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중소 반도체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어닝쇼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69% 가량 감소한 영업이익 4조3000억 원을 거뒀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은 30% 수준인 1조 원 대 중반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 동기 영업이익(8조8400억 원)보다 대폭 줄어든 규모다.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만 1조4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