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 담합-대북송금 이어 남부지검 등 3곳서 동시다발 수사 ‘李변호사비 대납’ 개입여부 조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KH그룹의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KH그룹 배상윤 회장(사진)을 대상으로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남부지검까지 수사에 착수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금융당국은 배 회장이 KH 주력 계열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를 띄우며 주가를 조작했는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KH 주력 계열사가 지분을 인수한 바이오 기업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승인 관련 정보를 시장에 유통시키며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조사 결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패스트 트랙’으로 이 사건을 이번 주 중 남부지검으로 넘길 예정이다. ‘패스트 트랙’은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의 경우 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먼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쌍방울과 함께 KH도 대북 송금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팀은 배 회장이 2019년 5월 김 전 회장과 중국을 방문해 북한 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배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연루된 2019년 500만 달러(약 62억 원) 대북 송금 의혹에도 KH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검찰은 KH와 쌍방울이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상호 매수하는 등 자금 거래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배 회장이 관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을 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KH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이다. KH는 단독 입찰에 따라 유찰되는 걸 막기 위해 계열사 2곳을 입찰에 참여하게 해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떨어진 계열사가 경쟁 상대였던 다른 계열사의 인수자금 마련에 동참했다는 진술과 자료 등을 확보해 배임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김 전 회장이 10일 태국에서 붙잡힌 가운데 해외 도피 중인 배 회장도 최근 자진 귀국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H 관계자는 “배 회장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