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공의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0.9.1/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의료정책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와 의사단체가 26일부터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2년여 만에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간호사가 병원에서 쓰러지고도 수술받지 못해 숨진 일,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 등 필수의료 공백 사태와 코로나19 유행 경험으로 의료체계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그러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사단체 간 입장차는 여전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 협의체를 꾸려 26일부터 매주 회의를 열어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 발전방안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한다.
이날 오후 첫 협의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필수 의사협회장이 참석한다.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체는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를 기반으로 출범했으나 2021년 2월 7차 회의를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앞서 복지부는 협의체 출범 전 필수·공공의료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대신 정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되는 대로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 4대 정책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됐다는 데 양측은 최근 합의했고, 협의체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부는 4대 정책 논의를 다시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특히 소아과 의사가 없어 종합병원이 늦은 밤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등 필수의료 분야가 무너졌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의사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필수의료 지원대책 초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을 들었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계획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조규홍 장관은 지난 9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의대 인력 확충 등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연간 3058명으로 정해진 이후 조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전 정부가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그중 3000명을 지역 의사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의사 공급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2035년 국내 의사 수가 2만7232면 부족해지리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필수의료 공백 문제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저수가, 의료사고 책임,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기인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뉴스1>에 “현재 시스템 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10~15년 후 의사 수가 늘어나도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 방안으로 △의료분쟁 특례법 △인력 지원 강화 △인력 근무환경 개선 △재정 투입을 통한 수가 인상 및 신설을 제안했다.
공공의대 신설 여부도 논의될지 주목된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지역 의료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대 정원이 1000명 이상 늘고, 공공의대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밖에 코로나19 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제도화를 국정과제에 넣고 추진해나갈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쏠림 현상과 격차 확대 등 부작용을 지적하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