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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가능성 없어” 7개월만에 또 사형선고…‘존폐 논란’ 영향줄까

입력 | 2023-01-26 17:51:00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뒤 공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동료 재소자를 폭행·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재찬(54)이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약 7개월여만이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흥주·정정미·백승엽)는 살인과 상습폭행, 특수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6)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과 달리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강도살인죄를 저지르고 2년 만에 교정시설인 교도소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과거 짧은 기간 동안 2명을 살해했고 다른 동료 재소자를 폭행한 점을 고려하면 교화 가능성이 높을지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이어 “죄에 따른 처벌을 마친 상황도 아닌 수용 중에 살해한 점에서 죄의 무게가 가볍지 않고 향후 형벌 예방적 측면을 고려해 재판부 법관 일치로 법정최고형인 사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보다 약 7개월 앞선 지난해 6월,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이규훈)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권재찬은 2021년 12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건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이를 도운 공범 40대 남성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수면제 등 범행에 필요한 도구를 미리 준비한 뒤 순차적으로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강도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만기출소 후 3년8개월 만에 또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실히 살아가지도 않고 교화나 인간성도 회복할 수 없어 보인다”고 질타했다. 권재찬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사건이 심리 중이다.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사형이 선고되는 것은 강력범죄 전력이 있거나 2명 이상을 살해하는 등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사형 선고가 오랜 시간 논쟁 중인 사형제 존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4년여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사형제는 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사형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도 심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열린 헌재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 공개 변론에선 사형제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청구인과 법무부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청구인 측은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제의 근거를 헌법에서 찾을 수 없다며 범죄 예방효과가 없는 사형은 국민의 생명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응보적 정의와 범죄 일반의 예방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맞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사형제가 없어졌을 경우 기존에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처분의 전환 문제 등을 포함해서 연구하고 있는 단계”라며, “다만 법무부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위하력이 있고, 그래서 존치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다. 헌재에서 합당 결론이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형제에 관한 헌재 판단은 이번이 세 번째다. 헌재는 1996년 살인죄의 법정형으로 사형을 규정한 형법 250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2010년에는 형법 41조 1호와 관련해 5(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