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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안철수, 서로 ‘여론조사 1위’ 주장하지만 “黨心은 조사 어려워”[정치 인&아웃]

입력 | 2023-01-26 19:56:00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양강(兩强)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서로 ‘여론조사 1위’를 주장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대세 주자에게 편승하는 ‘밴드웨건’ 효과를 노린 것.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전국 유권자의 1.9% 가량인 국민의힘 선거인단 84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당심’은 여론조사와 다를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金 다자구도-安 양자구도 1위 주장
김 의원은 26일 KBS라디오에서 최근 일부 여론조사들을 거론하며 “서울에서 제가 8~10%포인트 이상 안 의원보다 더 많이 나온다”며 “데이터가 명확하게 증명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대변 못 하는 영남권 후보’라는 안 의원의 공세에 여론조사를 들어 반박한 것. 김 의원은 설날인 22일에도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3개 모두 1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안 의원도 22일 당 의원들에게 ‘안철수 결선투표 1위’라는 제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여론조사 기사를 첨부해 보내며 유세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이 22일  페이스북에 ‘최근 여론조사 3개에서 1위’라고 주장하며 올린 글.  김 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과 안 의원이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다자구도에선 김 의원이 1위, 양자구도에선 안 의원이 1위를 기록한 것들이 다. 예를 들어 김 의원이 ‘서울에서 안 의원에 10%포인트 앞선다’고 주장한 여론조사는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그룹이 14~16일 뉴시스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397명을 대상으로 다자구도를 상정한 것으로, 김 의원이 35.5%, 나경원 전 의원이 21.6%, 안 의원이 19.9%를 기록했다.

반면 안 의원이 1위라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이 22~23일 YTN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을 대상으로 양자구도를 상정해 조사한 것으로, 안 의원이 49.8%, 김 의원이 39.4%였다. 또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18~19일 MBC 의뢰로 국민의힘 지지층 389명을 대상으로 양자 구도를 상정해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이 43.8%로 김 의원(37.6%)을 앞섰다는 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의원이 22일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1위’라고 주장하며 올린 글.  안 의원 페이스북.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전당대회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발표된 조사들이 전당대회의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이 아니라 단순히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데다, 표본 역시 수백 명 수준이라 적확한 당심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 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실제 지지층인지도 불명확하다. 김 의원 조차 이날 “지금 여론조사가 나오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해서 다 책임당원이 아니기에 책임당원들의 정서는 현장에서 더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투표율과 유입당원 표심이 변수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힘 선거인단은 책임당원 79만여 명을 포함해 84만여명으로,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 기준 전국 유권자(4419만7692명)의 1.9% 남짓이다. 한 여권 인사는 “각종 여론조사의 응답률 등을 보면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전국 유권자 대비 당원 비율에 비해 너무 많다”며 “투표권을 가진 당원들만 특정해 여론조사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현 판세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투표와 관련해 최근 2년간 급증한 당원 표심의 향배가 양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진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이, 투표율이 높으면 중도 성향의 안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6월 이준석 전 대표가 ‘30대 0선 당 대표’ 바람을 타고 당선됐던 전당대회에선 선거인단 32만 8532명 중 45.4%가 투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의 양자 대결 구도가 이어진다면 이번 투표율은 30~40%선이 될 것”이라면서도 “또 다른 유력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출마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당으로 유입된 53만 책임당원의 표심도 관심사다. 국민의힘에 3개월 이상 매달 당비를 낸 책임당원은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27만여 명에서 올해 들어 80여만 명으로 늘었다. 최근에 유입된 53만 책임당원의 표심을 두고 여권 관계자는 “당내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기 위해 유입된 표와 이 전 대표를 보고 들어온 표가 대부분”이라며 “이들 표심 중 어느 쪽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