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임금을 받고 힘들여 일하느니 쉬면서 실업급여 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올해 한 달분 최저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때보다 16만 원 적은 수준이다. 이런 정도 차이면 누가 출퇴근 비용, 점심 값을 쓰면서 일터에 나갈 마음이 생기겠나. 최저임금에서 4대 보험료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실업급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퇴직 전 3개월간 받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보호를 위해 하한선을 두고 있다. 올해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580원,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이다. 지난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와 연동된 실업급여 하한액은 2017년에 비해 32% 올랐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320만 근로자에게 실업급여는 임금보다 나을 수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실업급여 보장 수준을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 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렸다. 일자리를 잃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자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였지만 부작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42% 수준인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2위 네덜란드만 39%일 뿐 대다수 선진국은 10∼20%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근로의욕을 낮춘다는 이유로 하한액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재취업·구직활동 지원이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실업급여 시스템은 근로자의 일할 의욕을 북돋고, 반복되는 퇴직을 줄이는 쪽으로 속히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