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적발 前경찰청장 아들-가수 등 포함 어린 자녀 있는 집서 대마 재배도 檢, 해외로 달아난 3명 지명수배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 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마약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구속 기소된 가수 안모 씨가 대마를 집 안 텐트에서 재배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검찰이 대마를 상습적으로 흡연하거나 유통한 사회지도층 자제 등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재벌가 및 중견기업 2, 3세와 전직 고위공직자의 자녀, 연예기획사 대표, 가수 등이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집중 수사를 진행한 결과 20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입건한 뒤 10명을 구속 기소, 7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1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수사 도중 해외로 도주한 3명에 대해선 지명수배를 내렸다.
● 유학생 출신 재벌가 자제 대거 적발
이 중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 씨는 필로폰 투약으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1년 8개월의 징역형을 확정받은 황하나 씨의 사촌이다. 홍 씨는 호텔 주차장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마약 공급책 역할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형제가 직업적으로 대마 판매도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된 가수 안모 씨(41)는 3인조 그룹의 멤버로 지난해 3∼10월 재미동포 A 씨로부터 대마를 5회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안 씨의 경우 미성년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제주도의 집에서 직접 대마를 재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안 씨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소속사 대표 최모 씨(43)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 씨는 26일 8차례에 걸쳐 대마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해외로 ‘태교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지 현지에서도 대마를 흡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제가 함께 대마를 유통시킨 경우도 있었다. 김모 씨(43)와 그의 동생(36)은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대마를 판매해 생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영어사전으로 위장된 소형 금고에 대마와 판매수익금을 보관해 왔다고 한다. 김 씨 형제는 모두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 씨로부터 대마를 구매해 유통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홍 씨를 구속 수사하면서 그가 보관하고 있던 액상 대마 카트리지의 출처를 추적했다. 그 결과 재미동포이면서 서울 강남에서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A 씨가 공급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대마 잎을 말려 피우는 기존 대마보다 농도가 10배 이상 진해 환각성이 강력한 액상 대마를 유통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더 강한 다른 마약류로 진입하는 ‘입문’ 마약”이라며 “이번 수사로 대마의 중독성과 의존성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