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전문가 “외풍 차단이 최우선 해법” “추울땐 난방텐트 안에서 자요” 시민들 난방비 아끼는 경험담 공유
26일 서울 시내 주택가 벽면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앞을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지나가고 있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 1년 동안 38.5% 올랐다. 뉴스1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급증하면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난방용품 매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43)는 난방비가 크게 올랐다는 얘길 들은 후 캠핑할 때 사용하던 보온 물주머니를 꺼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난방 온도를 낮추고 뜨거운 물을 채운 물주머니를 안고 자면서 월 10만 원 안팎이던 난방비를 월 3만 원대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준영 씨(46)도 3주 전부터 등유를 이용한 캠핑용 난로를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 황 씨는 “다들 난방비가 올랐다고 하는데 저는 지난겨울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월 5만 원가량 줄었다”고 했다.
주부 최유리 씨(37·경기 군포시)는 ‘난방비 폭탄’을 맞은 후 약 60만 원을 들여 난방 텐트와 방풍 커튼, 전열 기구, 내복 등을 구입했다. 최 씨는 “한파가 찾아오면 난방 온도를 올리지 않고 온 가족이 난방 텐트 안에 들어가 지낸다”며 “월 관리비를 40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줄였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8)도 난방비가 지난해 12월보다 2배 넘게 청구된 걸 확인한 뒤 방한 용품을 대거 구매했다. 박 씨는 “주말에 창문과 현관 틈새를 문풍지로 막고 나니 한결 외풍이 덜하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22∼25일 난방텐트 판매액은 전주(15∼18일) 대비 128%, 핫팩은 100% 늘었다. 같은 기간 SSG닷컴에서도 전기장판은 71%, 온수매트는 46% 등 온열 침구류 판매량이 급증했다.
정희용 한국가스학회 회장은 “이른바 ‘뽁뽁이’라고 불리는 에어캡이나 문풍지를 창문 등에 덧대 실내 온도가 떨어지는 걸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난방비를 아끼겠다고 보일러를 장시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수도관이 동파될 수 있다”며 “하루에 최소 한 번이라도 실내온도를 20도가량으로 설정하고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게 낫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잠시 외출할 때는 보일러를 ‘외출’로 해 놓지 말고 온도를 1, 2도가량 낮춘 후 외출하라고 입을 모은다. 외출 모드로 할 경우 난방수가 급격히 식어 다시 난방을 할 때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보일러 배관 청소를 최소 2년에 한 번씩 하면 난방 효율이 개선돼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