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와 회동서 입장 첫 공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에 대해 “(대공 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다”며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 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찬 회동에서 내년 1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로 이관하도록 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저희(당 지도부)가 대공 수사권이 내년에 이관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며 “이번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해외 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되는 만큼, 대공 수사권 이양 관련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모았다”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경찰이 부족한 해외 정보력과 대공 수사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국정원 2급 고위 공무원 인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됐던 대공 수사 인력과 조직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 “대공수사는 해외수사와 연결돼 있어 업무적 보강해야”
與지도부와 오찬회동
국정원법 재개정은 사실상 어려워
여권, 대공수사력 강화 논의 본격화
“수십 년간 축적된 대공 수사 역량을 경찰이 한두 해 안에 바로 갖출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찰 역량만으로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공안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역량이나 해외 기관과의 협력 등 네트워크를 활용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만큼 대공 수사권 이관에 대한 시기나 방법을 둘러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정원은 최근 동남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지하조직들이 수사선상에 올랐고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는 등 방첩 업무에도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만큼 수사권을 통째로 경찰로 이관하면 수사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나 해외 정보 수집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국정원에서 나온다.
다만 여권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한 국정원법의 재개정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이에 국정원이 대공 수사 대응 역량을 실질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여권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 출신들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 않더라도 경찰의 대공 수사를 지원하는 형태로 수사 인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부에선 수사권 이관을 막을 수 없다면 법관의 심사 아래 감청, 미행, 통신 조회 등 권한이라도 더 확대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 통신보안 관련 법률 일부라도 개정해야 한다는 것. 다른 소식통은 “전공자(국정원)가 잘하는 걸 왜 무리하게 비전공자(경찰 등)에게 맡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큰 수사 권한은 경찰이 갖더라도 국정원의 무기(감청 등)라도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