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로 고온 플라스마 생성… 전자기장으로 가속시키는 방식 비용 절감-비행체 수명 연장 효과… 정지궤도 위성 등 장기 임무에 적합 항우연, 2027년 전기추진 위성 발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7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천리안 3호. 국내 정지궤도 위성 중 처음으로 화학 추진 시스템과 전기 추진 시스템을 동시에 탑재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아폴로’나 ‘오리온’ 등 기존 달 탐사선들은 나흘 만에 달에 도착했다. 반면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약 5개월에 걸친 긴 여정 끝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태양과 달,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대신 멀리 돌아가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26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에서는 탐사선과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연료를 줄이고 임무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전기 추진 시스템’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과거보다 우주 비행이 복잡하고 어려워지면서 기존보다 효율성이 높은 추진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위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우주 비행체들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시켜 만들어진 고온의 가스를 분출시키는 화학적 방식으로 추진력을 얻고 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추진제를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로 만들고, 이를 전자기장으로 가속시켜 추진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인공위성의 편대비행, 달·화성 탐사 등 기존보다 장기적이고 고난도의 비행을 요하는 임무가 늘고 있다. 이에 한 번에 큰 힘을 쏟아야 하는 기존 추진 방식보다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추진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약 15년으로 긴 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정지궤도 인공위성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기 추진 시스템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 보잉사는 2012년부터 약 7.5kW의 전력을 발생시키는 상업용 전기 추진 통신위성 플랫폼 ‘702SP’ 시리즈를 개발했다. 2007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소행성 베스타와 세레스를 탐사하는 ‘돈(Dawn)’ 위성에 전기 추진 시스템을 활용한 바 있다. 김호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기 추진 시스템은 발사 비용 감소와 높은 수명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실용위성부터 탐사선까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머지않아 (추진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7년 발사 예정으로 개발 중인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3호’는 국내 정지궤도 위성 중 처음으로 화학 추진 시스템과 전기 추진 시스템을 동시에 탑재한다. 천리안 3호의 전기 추진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한반도 위에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는 자세제어 임무에 활용될 예정이다. 김호락 책임연구원은 “전기추력기의 분사 시간 및 수명 검증에 수천 시간 이상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아직 국내에는 충분한 시설이 없어 평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단계적으로 시험시설을 개발해 10kW급 이상의 전기추력기도 시험 가능한 시설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옛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도 지난해 11월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와 함께 인공위성 소형화 및 경량화를 가능케 하는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했다.
재활용 발사체의 등장과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며 인공위성이 쏟아지고 있는 현재, 전기 추진 시스템의 ‘무독성’ 요소도 큰 장점을 가진다. 통상 화학 추진 시스템에 사용되는 연료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하이드라진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다. 전기 추진 시스템에 사용되는 추진제 ‘제논가스’는 유독성이 하이드라진에 비해 낮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