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재고 15주 넘으면 상황 심각” SK하이닉스 10년만에 적자 전망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적자 우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상황이 우려했던 것보다 더 악화하며 기업들이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년 만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올 1분기(1∼3월) 14년 만의 반도체(DS) 부문 적자 전환 예상이 나온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 왔던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경제 활력 전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반도체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D램 제품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13∼20주 치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D램 재고가 10주가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팔려나가지 못한 제품이 창고에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일수가 15주 안팎이면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불어나는 재고 탓에 제품 가격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전분기보다 20∼25% 떨어진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13∼18%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PC, 모바일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약한 탓에 메모리 재고 압박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지금껏 불황에 접어들었을 때 1년 만에 벗어난 경우가 없었다”며 “올해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한 달 전 증권사들이 올해 영업이익을 평균 30조820억 원으로 내다봤으나 25일 기준 22조2553억 원으로 26% 줄였다. 석 달 전 전망치 평균 37조2650억 원에 비해서는 40% 하향 조정했다. 특히 DS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1분기 적자를 예상하는 곳이 많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은 1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