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어깨 통증이 나타나면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게 치료 효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가 어깨 회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70대 중반의 농부 강성국(가명) 씨는 10년 전부터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먹었고, 그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동네 의원에 가 주사를 맞았다.
약과 주사로 버티는 동안 어깨 가동 범위는 점점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약물 효과도 거의 볼 수 없었고, 어깨를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예 팔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 강 씨는 윤태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찾았다.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까. 윤 교수는 “힘줄 봉합으로 끝낼 수술을, 관절을 교체하는 대형 수술로 악화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러다가 곧 낫겠지’ 하는 생각이 병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어깨 통증이 나타난다면 확실하게 진단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어깨 통증은 겨울에 더욱 심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목과 어깨를 움츠리게 되고, 이로 인해 어깨 주변 근육이 경직된다. 혈액 순환도 잘 안된다. 이러니 통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어깨 통증은 다른 질병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어깨보다는 팔에서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협심증이 원인이라면 통증이 어깨를 넘어 가슴과 팔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대상포진이 원인이라면 통증과 함께 피부 변화가 동반된다. 반면 어깨 자체의 질병이 원인일 때는 일반적으로 오십견, 회전근개 파열일 때가 많다.
●“오십견, 50대 이후에 생긴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50대에 주로 생긴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실제로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윤 교수는 “임상적으로 봤을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30, 40대를 자세히 보면 90% 정도가 오십견이다”라고 말했다. 정식 병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다.일반적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다. 초기에는 통증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팔의 가동 범위가 점차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바지춤을 올리거나 △뒷짐을 지거나 △안전벨트를 매거나 △양치질, 세수, 머리 감기 등을 하기 위해 팔을 들거나 △선반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고 팔을 들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물론 팔을 올릴 수 있는 범위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 더 악화되면 팔을 조금만 들어도 아프다. 아예 팔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팔을 잡고 들려고 해도 올라가지 않는다.
●“팔에 힘 떨어지면 회전근개 파열 의심”
윤태환 교수는 어깨 통증 외에 팔의 근력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을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때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깨 통증 외에 다른 증세를 체크해야 한다.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십견으로 자가 진단하고는 약물로 버틴다. 그러는 동안 찢어진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병은 악화된다. 그 팔의 근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힘줄을 봉합하는 게 불가능해지고 결국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오십견은 자가 치료,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
오십견은 자주 병원에 가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꾸준히 어깨 스트레칭과 같은 자가 치료를 하면 된다. 굳이 비싼 치료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윤 교수는 “6개월 이상 이런 식의 자가 치료를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3, 4개월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자가 치료를 게을리 하면 1년 혹은 2년 이상 오십견이 지속될 수도 있다.때로는 시간이 지나면 오십견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다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완전 회복에 이르기까지 2,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통증과 불편을 참아야 한다. 그사이에 근육량이 크게 줄어 예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적절한 처방을 받아 꾸준히 자가 치료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경미한 상태라면 이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서 운동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다면 수술해야 한다. 윤 교수는 “일단 힘줄이 끊어졌다면 주사나 운동으로는 붙일 수 없다”며 “어깨가 아프다며 찾아온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작은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연숙(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이 씨는 어깨 통증이 심해지자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회전근개 파열과 오십견이 모두 발견됐다. 일찍 발견한 덕분에 내시경 수술만으로 회복됐다.
●“매일 세 가지 스트레칭으로 어깨 통증 완화”
평소 어깨 뭉침이 심하거나 통증이 미세하게나마 있다면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게 좋다. 윤태환 교수가 어깨 병 환자에게 실제로 처방하고 교육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해 보자. 통증을 줄이고 어깨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 가지 동작을 따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15분.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어깨를 따뜻하게 찜질한 후에 운동하는 게 좋다. 어깨 스트레칭① 두 팔을 뻗은 상태에서 목을 바닥 쪽으로 10~15초 동안 내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① 책상 혹은 식탁, 세면대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다. 책상 위에 손날을 세운 뒤 팔을 쭉 펴고 상체를 구부린다. 이 상태에서 목을 10~15초 동안 바닥 쪽으로 천천히 내린다. 통증이 심하면 중단한다. 다만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는 큰 상관이 없다. 3회 정도 이어서 스트레칭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같은 방식으로 하고, 2세트를 더 한다. 만약 허리가 아프다면 같은 동작을 벽을 짚고 해도 된다.
어깨 스트레칭② 한쪽 팔로 벽을 짚은 뒤 상체를 앞으로 10~15초 동안 내민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② 한쪽 팔로 벽을 짚는다. 이때 팔은 어깨와 수직을 이루도록 하고 팔꿈치는 벽에 닿아야 한다. 상체는 벽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상체를 10~15초 동안 천천히 앞으로 내민다. 몸 전체가 따라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회씩 3세트.
어깨 스트레칭③ 두 팔을 등 뒤로 보낸 후 10~15초 동안 올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③ 어깨 너비로 발을 벌리고 선 후 두 팔을 등 뒤로 보낸다. 이어 등에 댄 양팔을 10~15초 동안 천천히 올린다. 최대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올리는 게 좋다. 3회씩 3세트. 두 팔을 올리기가 힘들다면 수건을 잡고 같은 방식으로 운동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