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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너무 올라서”…‘양파’ 부케 들고 결혼한 신부

입력 | 2023-01-27 15:53:00

양파 다발을 들고 결혼식을 올린 필리핀의 신부(왼쪽)과 신랑. 페이스북 갈무리


필리핀의 한 신부가 양파 다발을 들고 결혼식을 치렀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웨딩마치를 울린 필리핀의 에이프릴 비오레이 노비스(28)는 꽃으로 만든 부케 대신 양파 다발을 들고 신부 입장을 했다. 신랑에게 한 번 쓰고 버리는 꽃이 아닌 먹을 수 있는 양파를 쓰자고 제안한 것이다.

최근 필리핀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양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신랑도 승낙하며 에이프릴은 꽃 대신 약 5kg의 양파를 들고 결혼식을 진행했다. 양파 다발의 가격은 약 192달러(약 23만 6500원) 이었다.

에이프릴은 필리핀 지역 신문을 통해 “부상의 위험이 있어 꽃다발은 던지지 않았다. 대신 손님들에게 양파를 나눠줬다”며 “지금도 나를 포함해 결혼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직 이 양파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양파 다발을 든 신부 에이프릴(왼쪽에서 3번째)과 양파 화환을 들고 있는 에이프릴의 친구들. 페이스북 갈무리


BBC는 에이프릴의 양파 다발을 ‘시대의 삽화’라 표현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필리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양파 1kg은 약 700페소(약 1만5000원)로, 마닐라 기준 일일 최저임금 533페소(약 1만2070원)보다 더 높았다. 이는 전월 양파 가격과 비교해 3배 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양파뿐 아니라 계란, 설탕에 연료까지 가격이 올랐다. 필리핀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4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이달 초에는 필리핀 항공 소속 승무원 10명이 약 40kg의 양파와 과일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편 필리핀 음식점 곳곳에는 ‘양파 토핑은 안 된다’는 내용의 팻말이 붙어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