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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웨인 루니, 혼란의 에버턴으로 갈까[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입력 | 2023-01-28 16:00:00

에버턴 출신 슈퍼스타 웨인 루니, 새 감독 후보에
분열된 팬과 구단 융합 카드로 떠 올라
지도자 경력 시작한 루니에겐 부담스러운 에버턴 상황
다른 팀에서 지도자 경력 쌓은 뒤 EPL 입성 기회 노릴 듯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전설’이자 ‘악동’이었던 웨인 루니(38)가 프리미어리그 구단 감독으로 복귀할 것인가.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EPL 에버턴이 프랭크 램퍼드 감독(45)을 경질하자 여기저기서 웨인 루니를 에버턴 감독 후보로 꼽고 있다.
혼란의 에버턴…5년 새 7번째 감독 찾는 중
에버턴은 27일 현재 2022~2023시즌 20개 구단 중 19위로 등 강등권에 머물러있다. 에버턴은 1992년 EPL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2부 리그로 강등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내내 고전하다 막판에야 간신히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에버턴이 램퍼드 감독을 경질한 건 지난해 1월 부임 이후 1년 만이다. 당시에도 에버턴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63)을 경질하며 긴급하게 소방수 역할을 할 감독을 찾았다. 그 때도 루니가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됐으나 루니 본인이 고사했다. 대신 선수 시절 미드필더로 명성을 날렸던 램퍼드 감독을 선임했으나 그 역시 단기간에 물러나게 됐다. 에버턴은 최근 5년간 6명의 감독을 경질했고, 이제 7번째 감독을 찾고 있다.

팬들은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하드 모시리 구단주가 에버턴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팀은 더욱 어수선한 상황이 됐다. 에버턴은 5억 파운드(약 7600억 원)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턴 팬들이 경기장에서 파하드 모시리  에버턴 구단주와 관계자를  비난하는 문구를 들고 서 있다.   런던=AP 뉴시스

현재 에버턴의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루니 외에도 마르셀로 비엘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68), 션 다이치 전 번리 감독(52) 등 다양하다. 비엘사는 전방위 압박 축구로 이름을 떨쳤고, 다이치는 2부 리그에 있던 번리를 1부로 승격시켰던 업적이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루니가 현재 어려움에 빠지고 분열된 에버턴을 통합하고 이끌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에버턴 유소년 출신 슈퍼스타 루니가  감독 대안으로 꼽혀
루니가 적절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로는 그가 에버턴 유소년 선수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에버턴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데다 선수 시절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으로 여전히 명성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다면 다른 이들보다 더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부진을 겪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의 새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웨인 루니. AP 뉴시스


9세 때부터 에버턴 유소년팀에서 활동했던 루니는 2002년 에버턴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겨 활동하다 2017년 다시 에버턴으로 돌아와 선수 생활 말년을 보냈다. 이어 2018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DC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가 2020년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 더비 카운티의 코치 겸 선수로 옮겨 2021년 감독이 됐다. 2022년 7월에는 DC 유나이티드 감독이 돼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루니는 선수 시절 저돌적인 돌파와 슈팅력을 자랑했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이었던 그는 EPL 통산 208골 103도움으로 역대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시절에는 동갑내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루니와 호날두는 2004년부터 호날두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2009년까지 맨유에서 함께 뛰며 EPL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선수 생활 도중 술에 취해 폭행 사건을 일으키고, 도박에 빠져 하루에만 50억 원을 탕진하는 등 악동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지만 전성기 시절 그의 활약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선수 시절은 화려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아직 시험 중
하지만 감독으로서 루니의 자질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선수 시절에는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지적됐지만 감독이 된 후에는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루니가 감독으로 데뷔했던 더비 카운티는 2021~2022시즌 2부 리그 24개 팀 중 23위에 머물며 3부 리그로 강등 당했다. 성적으로만 보면 14승13무19패(승점 55)로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재정이 파탄 난 구단의 회계 부정이 적발돼 승점 31점을 삭감 당하면서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루니는 팀이 강등된 이후 사퇴했다. 이어 7월부터 맡았던 MLS의 DC 유나이티드 역시 7승 6무 21패(승점 27)를 기록하며 동부 콘퍼런스 14개 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루니는 지도자로서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더비 카운티에서는 팀의 승점 삭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DC 유나이티드에서는 시즌 중반 부임해 그가 팀을 재건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앞으로도 부진이 계속되면 그의 지도력이 의심받을 수 있다.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에버턴 감독직
이런 상황에서 에버턴 감독직 제안은 루니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감독직을 수락하면 그는 당장 세계 최고 무대인 EPL 감독으로 부임한다. 오랜 시간 지도자 경력을 쌓은 감독들도 쉽게 지휘봉을 잡을 수 없는 최고 리그의 감독으로 입성하게 된다. 여기서 실력을 입증한다면 그의 주가는 선수 시절 못지않게 치솟을 수 있다.

하지만 에버턴의 현 상황이 문제다. 에버턴은 당장 이번 시즌 강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1월 이적 시장에서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최하위권에 머물만큼 약해진 현재의 전력으로 남은 경기들을 치러야 한다. 새 감독으로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력을 재정비해야 하지만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

팀 분위기를 쇄신하지 못하면 에버턴이 2부 리그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달릴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어려움을 뚫고 에버턴을 잔류시키고 나아가 다음 시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끈다면 감독으로서의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감독으로서의 경력에 큰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선수 생활동안 화려한 명성을 얻었으나 에버턴 감독 부임 후 1년 만에 경질된 프랭크 램퍼드.  AP 뉴시스.

현 감독직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
이런 상태에서 루니는 현재 맡고 있는 DC 유나이티드의 감독에 집중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는 유나이티드 선수들과는 어느 정도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일 것이고, DC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 루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아직 지도자로서는 젊은 루니는 DC 유나이티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감독으로서의 경험을 더 쌓은 뒤 EPL 지도자로 입성할 기회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에버턴 감독직을 제안받았을 때도 “나는 EPL 감독이 될 것이고 준비가 돼 있다”라면서도 “미래에 에버턴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당분간은 현재 맡은 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EPL 감독이 되고 싶지만 현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루니가 올해 처한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루니 에버턴행 불발 가능성 높아.. 성사되면 최대 도전
따라서 루니가 에버턴 감독을 쉽게 수락할 것 같지는 않다. 루니가 에버턴 출신의 전설이기는 하지만 에버턴의 현 사정 속에는 초보 감독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버턴이 루니를 데려 가려면 상당한 권한과 대가를 제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은 에버턴이 처한 어려운 상황의 한 단면이다. 세계적인 명장이나 유망한 신임 감독을 데려가기에는 팀 사정이 여의찮다. 그럼에도 루니가 에버턴행을 결정한다면 그의 지도자 인생 명운을 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