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앞당겨지나? 이달 말 재정추계 발표 보건복지부가 오는 3월로 예정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잠정 결과)'를 예정보다 이른 이달 말 발표한다. 직전인 2018년 발표한 2057년 국민연금 소진 시점이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1~3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민원실로 향하는 모습. 2023.1.16/뉴스1
국민연금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 2055년이면 완전히 바닥난다는 전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올 3월 5차 연금 재정추계 발표를 앞두고 어제 공개한 잠정 추계치다. 2018년 4차 재정추계보다 적자가 시작되는 시점과 기금 소진 시점이 각각 1, 2년씩 앞당겨졌다.
2055년이면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데 적립해 둔 기금이 바닥날 경우 연금이 부과식으로 전환돼 그때부터는 직장인이 월급의 30%를 회사와 반반씩 내 고령자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이 암울한 추계마저 기대 섞인 사회 경제 지표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변수인 출산율부터 문제다. 5차 추계에서는 합계출산율이 내년에 0.7명까지 떨어진 뒤 반등해 2050년 1.21명이 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정부의 전망치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반등할 만한 계기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 변수도 5차 추계에서는 2023∼2030년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71.6%로 예상했지만 고용부는 지난해 발표 자료에서 이보다 낮은 71.1∼71.4%로 전망했다. 실질경제성장률도 2050년 이후 0.2∼0.4%로 잡았는데 그때쯤이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해외 전문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전망치는 실제와 차이가 나기 마련이나 정부 정책의 기본이 되는 추계는 비 올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연금 개혁의 기초 자료인 추계가 나올 때마다 신뢰도 논란이 제기되면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만들기 어렵고 개혁의 동력 자체도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속도를 내기 위해 잠정 전망치를 미리 발표했다고 하지만 시작부터 낙관적 추계를 내놓으니 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3월 발표하는 최종 추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 고령화 속도를 감안해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반영해야 한다. 추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