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서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사춘기라 잘 얘기하지 않는데… 엄마가 열심히 운동해 복근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좀 창피했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줄넘기 2000개씩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병행했다내요. 이젠 저도 더 이상 숨지만은 않을래요.”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가 경기 용인시 아르피아체육공원 트랙을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2003년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스트레스를 풀어온 그는 같은 또래 여성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전하는 ‘운동 전도사’로 변신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산 그는 ‘스포츠 천국’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걸그룹 활동할 때 체력보강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한 운동은 2003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 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그 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를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가 경기 용인시 아르피아체육공원 트랙에서 활짝 웃으며 몸을 풀고 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달리기는 트레이너에게 주 3회 받는 웨이트트레이닝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분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PT는 춤을 더 잘 추기 위한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 산은 내게 철학적인 의미도 던져줬다. 내가 가는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색은 바뀌지만 같은 계절이 오면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우직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가 경기 용인시 아르피아체육공원 트랙에서 활짝 웃으며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이제부터 같은 또래 여성들에게 운동의 즐거움을 전하는 ‘운동 전도사’로 할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6년 혼자 방송활동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는 미국에 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은 만날 바빴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너무 우울했어요. 사실 그 때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운동이었어요.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준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을 했죠. 운동은 진짜 힘든 삶 속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 때 요가 선생님과 교감하며 운동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도 붙었죠. 아기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면 아기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운동으로 치유됐다고 봅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도 지구력까지 향상 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왼쪽)가 이순철 철인3종 코치와 함께 경기 용인시 아르피아체육공원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그는 “이젠 다양한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코치님이 지난해 말부터 다른 운동 다 끊고 달리기와 수영에만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3개월 만에 3kg에 더 빠진 거예요. 전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더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빼는 데는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사실 올해 가장 첫 목표는 3월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어요.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습니다.”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가 경기 용인시 아르피아체육공원 트랙에서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다. 2003년부터 달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달리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우울증 탈출에도 최고”라고 강조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용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