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5화입니다.
“그때는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몫이)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늘 3명(이재명 정진상 김용)이 세트로 같이 있었기 때문에…”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천화동인 1호는 형들의 노후자금’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형들’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포함되는지를 묻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전북 정읍시 정우면 가축시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정 변호사는 앞선 이달 16일 진행된 71차 대장동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가 이 대표 최측근들의 노후 준비용이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이날 재판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까지 지목한 것입니다.
● “노후자금 챙길 ‘형들’에 이재명 포함된다 생각”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 2023.1.27/뉴스1
김 씨 측 변호인이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친하다고 과장했다거나 허풍이라고 느끼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지만 정 변호사는 “의심한적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초기에도 정 전 실장에게 보고를 하라고 하거나 심부름을 시켰고, 김 전 부원장은 늘 통화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가 결코 허풍처럼 보일 수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 대장동 사업 지시한 이재명, 유동규 “시장님은 천재” 칭찬
‘대장동 일당’의 비용 부담을 덜어준 1공단 공원사업 분리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직접 결정했다는 증언도 이날 재판에서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6년 1월 1공단 분리를 이 시장에게 보고한 뒤 결재받았나’라는 김 씨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시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1공단 분리가 이미 승인됐다고 들었는데, 이재명 시장이 설명을 듣더니 ‘분리 개발은 안 된다, 그러면 공원화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며 “그래서 1시간가량 토론을 거쳤고 결국 이 시장이 분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반을 꼼꼼하게 보고받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당초 성남시는 이 대표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대장동과 1공단을 결합해 개발하고자 했지만, 사업을 분리해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습니다.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은 관련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모델 설계 등 사업 전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거듭된 재판에서 수차례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초 이 시장에게 대장동 사업을 보고했을 때의 상황과 관련해 “(이 시장이) 확정적으로 먼저 (이익을) 받아오는 것은 본인이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지시와 관련해 ‘시장님이 천재같지 않냐’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대장동 민관합동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공사가 확정이익 1822억 원만 챙기기로 하면서 고작 7%의 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들은 788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가져갔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공사가 확정이익을 받아야 민간 이익이 극대화 된다는 말을 유 전 직무대리나 이 대표에게 직접 들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부인 했습니다. 또 “당시 공사가 확정이익을 가져오는 사업 방식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확정이익 방식이 반드시 공사에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 진술 번복한 정민용, “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거짓 진술”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다음 공판은 법원 정기인사 등을 고려해 다음달 10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남욱 변호사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