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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4년 차 신인의 등장, 세라젬 [바이브랜드]

입력 | 2023-02-02 09:00:00


출처 : 세라젬


팬데믹으로 여행·관광 등의 대면 서비스 시장이 위축됐지만, 이 같은 시간을 성장통으로 여긴 업계가 있습니다. 바로 헬스케어 시장인데요.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향상하면서 실내 의료 가전을 찾는 이가 많아졌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 홈 헬스케어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세라젬의 행보가 수상쩍습니다. 국내 시장 진출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하거든요. 전략적인 빌드업으로 결국 1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된 이유는 세라젬의 혁신 3부작 때문이었습니다.
혁신에 순방향은 없다

세라젬 글로벌 앰배서더 메이 머스크_출처 : 세라젬


1999년 세라젬은 세계 최초로 척추 의료가전(자동 척추 온열기)을 개발하며 시장 진출을 알립니다. 본격적인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기도 전인 설립 1년만, 세라젬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데요. 창립 초기부터 타깃은 글로벌 시장이었다고 합니다. 필수 가전이 아닌 신종 가전인 탓에 ‘체험’을 구매 요인의 중점으로 본 당사는 중국에서 ‘슬로우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무료 체험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건물 한 층에 침상형 의료기기들을 배치한 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실제로 제품 체험을 위해 고객들은 새벽 3시부터 매장 앞에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죠.


국내에서 활약하기 전인 2017년까지 매출의 90%가 해외 매출일 정도로 글로벌 사업 중심 운영은 빛을 발했습니다. 여전히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수출 생산액 1천 565억 원 규모를 달성, 국내 의료기기 생산기업 중 7위에 오르기도 했죠. 해외 시장에 집중하며 국내에서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던 세라젬은 2018년을 기점으로 국내 안마기 시장에 이례적인 출사표를 던졌지만, 난관에 봉착합니다.

출처 : 세라젬


국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제품임에도 사람들은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환자들이 이용하는 제품으로 인식했던 건데요. 이에 세라젬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접근성을 강조하는 데 힘씁니다. 이용자 인식 개선을 위해 빼든 3가지 칼도 꽤 날카로웠죠.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적 디자인, R&D를 통한 솔루션 제안. 약 4년간 경영 혁신이라는 이름 하에 세라젬이 추구한 가치입니다. 해외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안방을 차지하기 위해 도전을 감행한 거죠. 혁신을 선포한 만큼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 집중을 위해 2021년 한 해에만 900여 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이 중 60%가량이 서비스 인력에 해당할 정도로 서비스 중심 경영에 집중하려는 세라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요. B2C 체제로 대대적인 전환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제2의 창업’이라 불리는 세라젬의 서비스 전환,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진 걸까요?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세라젬 웰카페 동탄점_출처 : 세라젬


2018년 국내 사업을 본격화할 당시 20년 이상 해외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력으로 의료 가전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했습니다. 관건은 소비자들과 제품 간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었죠. 동시에 구매 이후에도 브랜드 이미지 인식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방법도 강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대한 핵심 전략은 해외에서도 덕을 톡톡히 본 ‘체험 마케팅’이었습니다. B2C 전략으로 기존 대리점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직영점을 통한 체험 서비스를 시스템화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체험하며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죠.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입소문 효과 역시 기획 당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였습니다.


소비자 경험 확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선보인 핵심 사업은 복합체험공간 ‘웰카페’입니다. 고객의 부담 없는 경험과 휴식을 위해 ‘카페’라는 공간적 요소를 적용했죠. 2023년 1월 기준, 전국에 총 125개의 웰카페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연간 누적 체험 고객 수는 2백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은 크게 의료기기인 MASTER 시리즈와 휴식 가전인 안마의자로 나뉩니다.

출처 : 세라젬


세라젬의 주력 상품은 침상형 의료기기인 V6인데요. 추간판 탈출증 및 퇴행성협착증 치료에 도움을 줘 방문객 중에서도 중장년 이상의 고객 체험률이 높다고 합니다. 안마의자인 파우제는 세련된 디자인과 소형화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데요. 웰카페 상암DMC 점에서 만난 20대 여성 J씨도 파우제의 디자인에 이끌려 체험하고자 회사 인근에 위치한 해당 매장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체험형 매장에 대한 소비자의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직원들의 구매 강요와 같은 영업 방식이 불편함이 될 수 있으니까요. 웰카페에서 ‘세라제머’로 불리는 매장 직원의 제1원칙은 ‘체험 권유하지 않기’입니다. 고객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즉각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온전한 체험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에서 도 체험형 매장을 앞세우고 있는데요.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구축이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는 것을 아는 거죠.

가전과 가구의 경계를 넘어

세라젬 제품으로 인테리어된 공간_출처 : 세라젬


‘효도 가전’이라는 말도 옛말입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1/3을 차지할 만큼 독신 가구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자연스레 안마 가전 브랜드도 젊은 층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시야를 넓혔습니다. 스타일링이 본질이 아닌 만큼 그간 안마 의자의 크기와 디자인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요. 1인 가구를 위한 소형화와 젊은 층을 위한 세련된 디자인이 떠올랐습니다.


세라젬은 홈 헬스케어 가전이 주로 실내에서 활용된다는 점을 내세워 디자인에 집중했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주목표로 내세우며 건강과 인테리어를 동시에 챙기길 원하는 소비자 경향인 ‘헬스테리어(Health+Interior)’를 접목했죠. 지난해 디자인 컨설팅과 경영 총괄 업무를 담당한 인재를 새로운 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인 경영에 발을 뗐습니다. 휴식을 제공하는 기능적인 요소와 함께 사용하는 시간보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디자인적 측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세라젬 R&D센터_출처 : 세라젬


브랜드 자체 R&D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자체 연구를 통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핵심 전략이 된 것입니다. 세라젬은 기술연구소를 바탕으로 한 기술 연구와 임상 연구기관 운영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선보이는데요.


제품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 연구를 통해서는 인체 스캔 기능과 무진동·저소음 설계, 신소재 개발 등이 이뤄집니다. 사용자의 제품 경험을 강화하는 게 연구의 일차적인 목표죠. 의료 가전인 만큼 메디컬 연구도 빠뜨릴 수 없는데요. 의과학 접목을 통해 의료기기가 지니는 차별화된 효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임상실험과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트윈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로 꼽히는데요. 최근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디지털트윈을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해 개인 맞춤형 의료를 구현하려는 것입니다. 개인 특성에 맞는 일대일 관리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과 예측 등을 통해 제품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죠.

돌고 돌아 다시 '혁신'

세라젬 침상형 기기 V6_출처 : 세라젬


혁신의 집약체로 완성된 세라젬표 경영 혁신은 지난 2021년 매출액 6천670억 원 기록, 처음으로 경쟁사인 B사의 매출을 추월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로 설립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죠. 특히 체험형 매장 운영과 같은 B2C 체제 전환이 성장을 견인했는데요. 2018년 세라젬의 B2C 매출은 208억 원에 그쳤지만 2021년엔 4천 964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간 이룬 넓은 해외 유통망과 웰카페의 성과가 두드러진 대목이죠.


성공적인 혁신이라고 말하기엔 갈 길이 멉니다. 국내 웨팅 컨설팅 업체가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희망하는 혼수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냉장고와 세탁기 등 필수 가전을 제외한 품목 중 안마 의자가 1위로 꼽혔습니다. 이같이 헬스케어 가전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여러 기업에서도 의료 가전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LG전자, SK매직과 같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눈에 띄는데요. 이들은 강력한 렌털 서비스 구축으로 시장 내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수기, 스타일러와 같은 제품과 연계한 렌털 상품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거죠.

출처 : 세라젬


너도나도 뛰어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보다 각 기업의 강점을 특화하는 게 중요한 거죠. 세라젬은 효과를 본 체험 마케팅 전략을 유지하며 당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엔데믹으로 접어드는 만큼 회사 설립 때부터 적극적으로 일궈온 해외 시장에도 재시동을 걸 계획입니다.


올 1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린 CES 2023(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주로 IT와 가전 부문에 수여하던 혁신상을 최초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까지 확대했습니다. 다양한 플레이어의 시장 진출과 경쟁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입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자체 R&D와 차별화한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죠. 세라젬은 20년 이상 선보인 해외 시장 활동을 바탕으로 그간의 국내 시장 공백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국내 헬스케어 시장 경쟁의 총성은 울렸습니다. 쟁점은 헬스케어의 디지털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업이 곧 홈 헬스케어 시장에서 승기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비즈 강인경 기자 str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