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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쫓던 KT 강백호, 47% 삭감된 2억9000만원에 연봉 계약

입력 | 2023-01-29 13:45:00


5년차 최고 연봉 5억 5000만 원에서 47% 깎인 2억 9000만원에 2023년 연봉재계약한 강백호.   동아일보 DB  



KT 간판타자 강백호(24)는 1년 선배 키움 이정후(25)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꼽힌다. 둘은 입단 때부터 줄곧 승승장구했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왕 수상자였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강백호가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두 선수는 이후 매년 엎치락뒤치락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둘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정후는 타율(0.349), 출루율(0.421), 장타율(0.575), 안타(193개), 타점(113점) 등 타격 5관왕에 오르며 데뷔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덕분에 올해 연봉으로 11억 원을 받는다.

반면 잇단 부상에 발목을 잡힌 강백호는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탓에 연봉이 전년도에 비해 절반 가량 깎이고 말았다.

KT는 29일 선수단 연봉 계약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강백호는 2022년 5억5000만 원에서 47.3% 삭감된 2억 9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해 발가락 골절상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6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타율 0.245, 6홈런, 26타점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연봉 삭감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삭감 폭을 두고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길어졌다. 선수단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둔 28일 밤 겨우 협상을 마무리했다. 강백호는 선수단 본진과 함께 출국하지 못하고 31일 따로 미국으로 떠난다.

신인이던 2018년 29홈런을 때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강백호는 이듬해 1억 2000만 원을 받으며 억대 연봉 선수가 됐다. 이후 매년 좋은 성적을 내며 연봉이 크게 올랐다. 2020년엔 2억 1000만 원, 2021년엔 3억 1000만 원을 받았다.

강백호는 부상만 없으면 언제든 ‘천재타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 경기 중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강백호.   동아일보 DB



2021시즌엔 16홈런에 그쳤지만 처음으로 100타점(102개)을 넘기며 타율도 0.347을 찍었다. 그해 KT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덕에 그는 단숨에 2억 4000만 원을 올려 5억 5000만 원에 2022년 연봉 계약을 했다. 이는 이정후와 함께 KBO리그 5년 차 최고 연봉 타이 기록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둘의 처지는 극과 극이 됐다.

절치부심한 강백호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지난해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KT)과 KBO 기술위원회는 그를 최종 엔트리 30명에 포함시켰다. 몸만 건강하다면 화끈한 장타 능력에서 그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2023 WBC 한국 대표팀에 승선한 강백호는 국제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동아일보 DB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의 아픈 기억도 만회할 기회다. 대표팀의 중심 타자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병살타와 삼진으로 번번이 기회를 날렸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때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WBC는 강백호에게 많은 것이 걸려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