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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민간 우주발사체’ 타이틀 놓고 기업 간 경쟁 치열

입력 | 2023-01-30 03:00:00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노스페이스, 기술 인정 받아 초대형 투자 유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10월, 누리호 기술 이전 기업으로 선정
5월 예정 3차 발사 준비에도 참여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 중인 소형 우주발사체에 쓸 엔진을 검증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국 최초 민간 우주발사체 서비스 기업 타이틀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뜨겁다. 수백억 원대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경쟁하는 사이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존재감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2018년 창업 이후 누적 470억 원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올해 말 기술특례 상장도 추진한다. 동시에 올해 안에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길이 20.6m의 2단형 소형 우주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150kg짜리 위성을 500km 상공의 태양동기궤도로 실어 나를 수 있다. ‘블루웨일 1.0’이라 이름 붙인 이 발사체는 액체 메탄을 연료로 활용한다.

메탄은 기존 액체엔진 로켓에 사용된 연료인 케로신(등유)처럼 침전물이 쌓이는 문제가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 우주발사체 재활용 측면에서 각광받는 연료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 우주발사체 시장 선도 기업들도 메탄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2024년 메탄 엔진 기반 우주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민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 중인 이노스페이스 역시 타이틀 선점을 노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단순한 구조의 우주발사체에 적합한 고체연료의 장점과 엔진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연료의 장점을 융합한 기술로 꼽힌다. 짧은 제작 기간과 안전성, 경제성을 갖춘 기술이란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런 유망성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약 552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길이 16.3m, 탑재체 중량 20kg의 하이브리드 엔진 검증용 시험발사체 ‘한빛-TLV’를 쏠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와 기술 오류 등으로 발사에 실패했다. 2월 말∼3월 초로 예정된 시험발사에 성공하게 된다면 내년에는 소형 발사체 ‘한빛 나노’를 발사할 계획이다. 50kg 이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투입하는 발사체다. 상용 서비스 개시도 내년이 목표다.

우나스텔라는 국내 첫 유인 발사체 개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2월 설립됐다. 고도 100km까지 유인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준궤도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전기모터펌프 사이클 엔진 시스템 기반의 자체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돼 2024년 4월까지 2년간 5억 원을 지원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을 민간 기업으로 선정됐다. 5월로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 준비에 참여해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에 우주발사체를 실어 공중에서 쏘아 올리는 공중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7년 세계 우주발사체 시장 규모는 296억 달러(약 33조191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우주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우주발사체 기업이 늘면서 관련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며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 속도와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