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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훈육대상?… 을숙도에 가면 틀 깨진다

입력 | 2023-01-30 03:00:00

부산현대미술관 연간 기획전
‘포스트모던 어린이’전 1부 열려
영화-기후변화 주제 전시도 예정



부산현대미술관 ‘포스트모던 어린이’전 전경. 어린이의 눈높이를 어른과 동등하게 맞추기 위해 40cm 높이 단으로 만든 통로가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돼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1층 전시장. 벽면에 그려진 화살표는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게 꼬여 있고, 다른 쪽 벽면은 아예 거대한 구멍이 나 있다. 또 전시장 한편에는 백남준(1932∼2006)이 장난스럽게 그린 드로잉이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개념을 모두 흩뜨리려는 듯한 이 전시는 어린이를 위한 기획전, ‘포스트모던 어린이’전(4월 23일까지)이다.

어린이를 위한다고 해서 전시에 쉽고 귀여운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백남준의 아이 같은 드로잉과 어린이의 스케치를 같은 선에 놓으며 우리가 어린이를 무언가 부족하고, 옳고 그름을 훈육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어린이도 ‘작은 사람’으로서 개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사실은 어린이보다 부모님이 꼭 봤으면 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강 관장은 26일 “어린이 기획전을 올해 내내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열리는 ‘포스트모던 어린이’전의 2부가 어린이날에 개막하며, 9월부터는 어린이 특화 생태전시 ‘노래하는 땅’이 열린다.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 인근 신도시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오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2018년 개관한 직후 지역 기획자 출신인 김성연 관장 체제하에 화제성 있는 전시 기획으로 개관 두 달 만에 28만 명이 찾았다. 최근 수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설 연휴 전 주말인 14일 5581명, 15일 6918명이 미술관을 찾는 등 관람객의 발길이 회복되는 추세다.

강 관장은 부산과 을숙도라는 지역성에 맞춰 영화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전시 ‘시네 미디어’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술영화 거장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감독을 염두에 두고, 영화와 생태, 역사 문제를 다룬다. 강 관장은 “미술관 내에 100석 규모의 영화관을 만드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로비도 개편한다. 카페를 좀 더 전면으로 옮겨 라운지처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등 안내 데스크와 카페를 재배치하고 뮤지엄 숍과 식당을 신설한다. 또 을숙도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4층 옥상을 일부 개방할 예정이다. 강 관장은 “커피만 마시러 와도 되는 편한 미술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 관장은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맡았다.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