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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처럼 어려운 대외 여건에 맞서 자산관리(WM)와 투자·운용 등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탄탄한 내실을 다지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글로벌 영업 기반을 넓히고 비금융·플랫폼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금융지주와 은행 등 금융권의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와 책임이 커진 만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등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금융의 모습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신년사 등을 통해 밝힌 올해 경영전략을 들여다봤다.
자산관리·운용 등 “본업 경쟁력 높이자”
위기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 금융지주들도 올해 핵심 역량을 지키고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자산관리나 운용, 연금 시장 등 주요 사업 영역에서 이미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선두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중장기 경영전략 방향의 첫 번째 꼭지로 ‘핵심 경쟁력과 회복탄력성 강화(Reinforce the Core & Resilience)’를 꼽았다. 윤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혹한기 속에서 KB의 핵심 경쟁력을 활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끈덕지고 담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특히 그룹의 투자와 운용 역량을 강화해 자산운용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가자”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치열한 경쟁 시장인 자산관리와 운용, 연금 시장 등은 2023년에도 중요한 승부처”라며 “자산운용 본원 경쟁력을 확보하고 연금 시장 역시 고객주도형 자산관리 트렌드에 맞춰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절박한 ‘변화와 혁신’ 주문
금융그룹 수장들은 기초체력을 키우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리 혼자만으로는 고객이 만족할 만한 금융 서비스를 속도감 있게 제공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과의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혁신을 꾀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여건만 허락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외부 생태계와 협업하겠다”며 “한국 최초,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로마의 멸망이 남긴 교훈은 ‘성공 속에 쇠망의 씨앗이 있다’는 사실이라며 “현재의 성과를 뛰어넘어 일류 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변화하면 살아남고 안주하면 사라진다)’의 각오를 전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자”고 주문했다.
고객 위한 리스크 관리·ESG 경영도 강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중소기업, 취약계층을 돕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ESG 경영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종규 회장은 “ESG 경영이 실질적 행동과 구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열사별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ESG 투자 등을 강화하고 ESG에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손태승 회장은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내부 통제 개선안들을 선제적으로 수용해 금융사고 예방 업무는 고도화하고 취약계층을 포함한 금융 소비자들의 편의와 권익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준 회장도 “범농협이 함께하는 시너지를 바탕으로 농협금융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며 농업사회와 함께하는 상생경영을 강화하고 ESG 경영 목표를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