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무라카미좀비’ 26일 개막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어 보이고 있는 일본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부산=뉴시스
● 움직이는 게 돈인 예술 사업가
포토타임을 가진 후 질의응답 시간에 코트 대신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재킷을 입고 등장한 무라카미 다카시. 부산=뉴시스.
전시장으로 이동해 취재진이 사진을 찍는 순간, 무라카미는 한쪽 발을 들고 양 손을 얼굴 옆으로 펼친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 전시 투어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롱코트를 벗고 화려한 무늬가 그려진 노란 재킷을 입고 다시 등장했다. 예술가인가, 사업가인가, 연예인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그 자체가 무라카미의 캐릭터였다.
지드래곤이 소장하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2018년 작품 ‘727 드래곤’. ⓒ2018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무라카미 다카시, 페로탱 갤러리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본관 2층 대전시실과 이우환공간 1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무라카미의 초기작부터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160여 점을 소개한다. 셀러브리티에 대한 그의 사랑을 증명하듯 가수 지드래곤과 탑이 소장한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 그리고 원상(円相)으로 구성됐다.
● 뭐든지 쉽고 가볍게
이우환과 그 친구들 IV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시전경, 부산시립미술관, 2023.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무라카미 다카시, 페로탱 갤러리 제공.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전시장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미스터 도브’(Mr. DOB)다. 국제적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과 소닉을 결합한 것으로, 지드래곤이 소장한 ‘727 드래곤’(2019)에도 도브가 등장한다. 이밖에 화려한 열두 개의 꽃잎과 미소가 시선을 사로잡는 ‘꽃’시리즈도 ‘귀여움’ 섹션에서 볼 수 있다. 이들 캐릭터는 깊은 의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쉽고 가벼운 것을 찾아 나선 무라카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2018년 작품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적흑 세 폭 재단화)’.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절정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삼면화를 패러디한 작품. 베이컨의 작품의 감각적인 붉은색과 검은색을 무라카미는 펄이 들어간 물감을 칠해 반짝이는 장난감처럼 만들어 버렸다. “미술대학에 들어가려 2년이나 재수를 했지만, 현대미술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말에서 ‘뭐든지 쉽고 가볍게’ 만들자고 생각한 그의 마음이 읽혔다.
이번 전시의 가장 새로운 작품은 조각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다. 실물 크기의 무라카미 형상과, 반려견 폼이 좀비처럼 변한 모습을 담았다. 무라카미는 “처음엔 제 몸을 디지털 프린트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워 시작됐다가, 좀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내장을 흩트려 보며 탄생한 것”이라며 “특별한 콘셉트를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 드문 방식으로 접근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신작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 3D프린트로 만든 작품이다. 부산=뉴시스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작품들을 보고 나면 마음 한 편에서 ‘이게 예술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무라카미는 “내가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공헌했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지 않은 풍토를 퍼뜨렸다고 비판한다”며 “나는 그저 관객의 판단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