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나스닥 전광판에 노출된 미래에셋 타이거ETF 광고판. 사진제공 미래에셋자산운용
국내 펀드 유통의 최강자가 되는 것과 해외 진출을 통해 아시아권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회사를 설립하며 품은 오랜 꿈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제 순익의 30%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 20년 만에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도약한 것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30여 개국에 1900여 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설정 및 판매하는 펀드만 430여 개, 설정 자산은 100조 원을 돌파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2022년 3분기 말 누적 기준 해외 법인 당기순이익은 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기순이익(연결 기준) 2388억 원의 약 30%에 달하는 수치다.
미래에셋은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에서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당시 미래에셋 측은 해외시장에 대한 확고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스타펀드’를 출시, 고객들에게 해외 분산투자 기회를 제공한 데 이어 2008년에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룩셈부르크에서 역외펀드인 시카브(SICAV)를 설정하고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첫 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홍콩법인은 글로벌 혁신기업 투자 및 대체투자,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Sales & Trading) 비즈니스 확장 등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IB로 성장하고 있다.
2008년에는 미국법인 설립으로 한국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미국법인은 미주와 유럽시장을 리서치하는 듀얼 운용 체제를 구축했다. 특정 국가나 1명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하지 않고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4시간 운용하는 방식은 여느 국내 운용사도 따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흥시장인 베트남에서도 2006년 베트남 사무소 설립, 2018년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 2019년 현지 투자자 대상 공모 주식형 펀드 출시, 2020년 외국계 운용사 중 최초 베트남 ETF 상장 등 활발히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2018년 중국에서 국내 최초로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을 획득해 향후 중국 현지 기관 및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중국 본토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속 미래에셋 글로벌 ETF 비즈니스… 국내 상장 ETF 시장 상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비즈니스 또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은 한국, 미국,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에서 ETF를 상장해 운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103조8864억 원 규모로 국내 상장 ETF 시장 전체(78조5000억 원)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미래에셋과 글로벌엑스는 호주 ETF 운용사인 ETF 시큐리티스를 인수했다. 이는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ETF 시큐리티스는 글로벌엑스 오스트레일리아로 사명을 변경하고 글로벌엑스와 시너지를 발휘하여 호주 ETF 시장 및 급성장하는 연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ETF 산업 초기 단계인 신흥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2012년 콜롬비아에 진출, 이듬해 아시아 계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ETF를 상장했다. 2018년 9월에는 현지 진출 10년을 맞아 브라질 증권거래소에 브라질 최초로 채권 기반의 ETF를 상장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니프티50(NIFTY 5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인도 현지에서 상장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에는 ‘미래에셋 VN30 ETF’를 베트남 호치민 증권거래소에 상장, 외국계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 ETF 상장 기록을 남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해외 진출 초기 국내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20년간 꿋꿋하게 해외 비즈니스를 확대해왔다”며 “앞으로도 도전을 넘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