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개인 채권투자 50% 급증”
채권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지면서 은행의 보통예금에서 이탈한 자금이 채권 등 금리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증권
돈은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정직하게 움직인다. 증시 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거나 낮은 금리가 지속될 때는 자금이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머니무브(money move)’라고 한다. 반대로 불황이거나 금리가 높을 때는 원금을 지키고 고금리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은행으로 돈이 되돌아가는데, 이를 ‘역(逆)머니무브’라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잔고가 959조3000억 원으로 2021년 말 대비 215조2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 인상에 나서며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정기예금으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증권에서는 여전히 은행권 자금이 유입되는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지난해에도 고객 자산 11조 원가량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매달 1조 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이 자금의 84.8%는 타 증권사가 아닌 은행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금리형 상품 다양해지고, 투자도 쉬워져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을 흡수한 핵심 금융 상품은 채권이다. 과거에는 증권사들이 주식형 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갖추다 보니 경쟁력 있는 금리형 상품이 부족했다. 하지만 1000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할 만큼 채권 거래가 편리해지고 주식처럼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매매할 수 있게 되면서 고금리 시대 및 증시 침체기에도 증권사를 통해 손쉽게 금리형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에는 국고채, 공사채, 회사채 등 다양한 발행사와 다양한 만기를 가진 채권을 적시에 공급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2021년 삼성증권에서 거래 가능했던 장외 채권 종목은 546개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965개로 늘어났을 정도로 상품군이 다양하다. 판매하는 AA등급 이상 우량채권의 경우 평균 금리가 2021년 말 2.4%에서 2022년 말 5.2%까지 오르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또 채권은 지점에서 수십억 원 단위로 거래하는 상품이라는 편견과 달리 지난해 온라인에서만 2조7000억 원 상당이 판매됐다. 삼성증권 데이터 애널리틱스 팀에 따르면, 이렇게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은행에서 삼성증권으로 순유입된 자금이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고객 특성별로 분석해보면 1억 원 이상 자산가 그룹에서 유입된 비중이 32%, 50대 이상 비중이 58%로 가장 크게 나타나 은퇴 준비 등을 위해 안정적인 금리형 투자가 필요한 계층에서 증권사를 통한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채널부문장 박경희 부사장은 “최근 단기금리 하락, 증시 반등 움직임 등으로 인해 일선 지점에 장기채와 주식 투자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채권과 주식 모두 저평가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할수록 금리형 상품과 주식 모두에서 경쟁력 있는 대형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