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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공격적인 ‘가격 인하’…중국 車업체 견제 목적?

입력 | 2023-01-30 15:16:00


미국 테슬라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진단이 들린다. 상대적으로 테슬라에 비해 다른 업체들은 영업이익률이 낮아, 테슬라처럼 공격적으로 판매가를 할인해줄 여력이 없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6.4%에서 최대 19.7%까지 낮춘다고 발표한 지 2주 이상 지나며 테슬라 할인 효과가 만만치 않다.

할인 폭이 큰 모델Y(롱레인지, 4륜 구동 모델)는 6만5990달러에서 5만2990달러로 가격이 무려 1만3000달러(약 1600만원) 내렸다. 모델3도 6만2990달러에서 5만3990달러로 원화 기준 1000만원 이상 가격이 낮아졌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를 더하면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할인 폭은 더 커진다.

막대한 영업이익률이 테슬라의 이같은 할인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매출 814억 달러(약 100조5300억원), 순이익 126억 달러(약 15조5600억원)를 기록했다. 순이익률(순이익/매출)은 15%를 넘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차의 순이익률이 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 이익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테슬라 할인 공세에 완성차 업체들이 똑같은 할인으로 ‘맞불’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완성차 업체들이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하고 있어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만 놓고 봤을 때 전기차 시장은 아직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여전히 보조금에 의존하는 시장으로, 보조금을 빼면 이익이 남는 시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GM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성장성은 크지만 아직 불안정한 시장으로, 활발하게 전기차 마케팅에 나서는 업체들도 사실 전기차로 ‘남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국내 업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존 머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들은 전기차를 팔아도 이익이 극도로 적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테슬라가 단행한 가격 인하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보적 입지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65%를 기록했다. 2위 포드(7.6%), 3위 GM(3.5%)과 점유율 격차가 크다. 이 중 파격적인 할인으로 소비자 시선이 다시금 테슬라로 쏠리며 포드나 GM은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테슬라와 달리 생산과 판매(딜러사)가 분리돼 운영되는 것도 완성차 업체의 할인 마케팅을 여의치 않게 하는 원인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판매량이 저조할 경우 딜러사 할인 폭을 늘려 판매량을 보전해왔다. 하지만 양산차 업체에서 판매가를 갑자기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테슬라의 할인 정책이 중국 업체들과 전기차 치킨게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 비야디(BYD)는 테슬라와 비슷한 저가 정책을 앞세워 자국 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였던 폭스바겐을 제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기업이 테슬라의 최대 경쟁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날 머스크는 전기차 경쟁 구도에 대해 “그들(중국 자동차 회사)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가장 열심히 일하며 가장 똑똑하게 일한다”며 “중국 기업이 테슬라에 이어 2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