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징용 해법 논의] 한일 고위급서 ‘기금’ 간극 해소 추진… 사죄관련 ‘DJ-오부치 선언’ 계승 ‘통절한 반성’ 등 日수용 수위 논의, 최종 해법 결단뒤 정상회담 수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최종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막판 줄다리기 중인 한국과 일본이 협상의 급을 올리는 전방위 대화로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한일 정부는 배상 책임이 있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에 참여할지를 둘러싼 막판 견해차를 좁힐 방안을 고위급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韓日 국장급 ‘징용 해법’ 협의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일 양국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왼쪽 사진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협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협의를 위해 청사에 들어서는 모습.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전범기업 기금 참여, 고위급에서 결단할 듯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3시간 30분간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갖고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예정보다 1시간 길어진 협의가 끝난 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다양하고 폭넓은 이슈에 대해 좁혀진 측면도 있지만 관심이 많은 (일본 측의 기금 참여 및 사죄) 부분에 대해서는 좁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외교부 당국자도 협의 후 “정중하고 진지하게 의사소통하고 있다”면서 “일치하는 것도 있고 한쪽이 곤란해하는 의견을 서로 교환했다”고 전했다.다만 피해자에 대한 사죄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존 담화 계승이 중요하다는 점, 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더 공신력 있다는 두 가지 의견을 토대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른 과거 담화들보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밝힌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의지’의 표현을 놓고 일본 측이 표명할 수 있는 방식들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전해졌다.
● 고위급 회담 돌파구 삼아 정상회담으로
이날 국장급 협의 후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정부가 고위급 회담으로 일본과의 접촉면을 넓히겠다고 밝힌 해법 로드맵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차례 국장급 협의를 열었지만 실무급 회의만으로는 인식 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보고 고위급 차원에서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고위급 대화는 외교당국 장차관급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 차원의 전략 소통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렇게 최종 해법이 마련돼야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현안이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셔틀외교를 포함한 정상 간 교류가 있을 것 같다”고 힘을 실었다. 다만 양국 간 해법 도출 및 피해자 설득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판단한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 시기로 당초 검토하던 2월에서는 한발 물러난 기류다. 정부 안팎에서는 3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