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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사회초년생 노린 ‘깡통 전세’ 사기 조직 100여명 대거 적발

입력 | 2023-01-31 11:25:00


노숙자·신용불량자 등에 빌라 소유 명의를 떠넘기는 신종 ‘깡통 전세’ 사기 수법으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등 150여 명의 임대차보증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전세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31일 사기 혐의로 전세사기 조직 113명을 검거, 이 중 A(40대)씨 등 컨설팅 업자 2명과 모집 조직원 2명, 유통 조직원 1명 등 총 5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바지매수자 모집·유통조직 및 컨설팅업자,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법무사, 바지명의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수도권 일대 빌라 152채의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361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빌라 임대차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한도인 공시가의 150% 수준으로 최대한 높게 책정한 이후 같은 금액으로 전세와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임차인 몰래 속칭 ‘바지매수자’에게 명의를 떠넘기고 임대인으로부터 최소 1000만원부터 최대 8000만원대의 사례비를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바지매수자를 모집한 일당은 부산역 노숙자, 신용불량자 등에 접근해 ‘빌라의 명의를 떠안으면 돈을 주겠다’며 위임장, 인감 등을 넘겨받아 이를 전세사기 조직에 1명당 150만원을 받고 처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컨설팅업자 A(40대)씨는 2021년 4월 서울의 한 빌라가 3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팔리지 않자 소유주 B씨에게 접근해 “전세를 끼고 매매해야 팔린다. 금액 올려 전세를 놓을테니 보증금을 받고서 차액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A씨는 빌라 전세보증금을 4억3700만원으로 높인 뒤 ‘임차인을 구해주면 수수료 1000만원을 준다’고 광고해 부동산 관계자를 통해 임차인 C씨와 전세계약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명의 유통조직으로부터 500만원에 바지매수인을 구해 보증금 잔금지급 당일 빌라 명의를 떠넘기고 소유자 B씨로부터 약속한 사례금 87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빌라 임대인에 대해 “고의성 입증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며 “다만 임대인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임차인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법원에서 명의를 제공한 노숙자와 신용불량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도 이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해 악성 임대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 152명 대부분이 20~40대인 신혼부부과 사회초년생 등이며, 피해액은 총 3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등이 시세 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의 빌라를 권유하며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보증금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심시키고, 이사비 지원과 중개수수료 면제 등 특혜를 제시한다면 전세·매매를 동시에 진행하는 ‘깡통전세’ 수법 사기 범죄 여부를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