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키워드는 ‘에너지 위기’였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금융 긴축,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저하됐다는 점을 들어 1월 10일, 올해 유럽권 경제성장률 전망을 0%(2022년 6월 전망 1.9%),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1.7%(2022년 6월 전망 2.9%)로 낮췄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위기 보고서 2023(Global Risks Report 2023)’에서 에너지 및 식량 공급 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되며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장기 위험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위기는 이렇게 세계 경제가 생각만큼 강건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연말부터 유럽에서는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한파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유럽 각국이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이는 국제 가스 시장에서 물량 확보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럽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분을 충당하기 위해 천연가스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유럽발 에너지 위기는 언제든 다시 세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1973년 1차 석유 파동 이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세계는 여전히 자원부국이 개입한 분쟁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 때는 공해 및 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도 있었지만, 생산자가 석유를 공급할 의향이 없었다는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에 비해 지금은 여태까지 없던 에너지 위기로, 구매자는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하려 하지 않고, 기후 변화가 중요시되며, 국가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양립시켜야 하는 등 복잡성과 어려움이 한층 커져버린 상황이다.
반세기 전 중동 전쟁을 계기로 발생했던 석유 위기는 세계적으로 경제 발전 속도를 늦추고 고물가를 초래했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제 성장을 가속화했다. 그때처럼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장애물로만 보지 말고,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에너지 시스템을 한 단계 진보시킬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걸림돌로 만들지, 디딤돌로 만들지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렸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