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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죄송합니다’ 한마디에 ‘발망치’가 ‘솜망치’로 들려[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입력 | 2023-02-01 08:00:00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는 말이 있습니다. 층간소음에 딱 맞는 말입니다. 층간소음은 정밀 기계로 측정하면 허용치 기준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용치는 평균적으로 이 정도면 허용된다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세상살이는 평균이 아니지요. 평균보다 훨씬 둔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훨씬 민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도의 기준을 민감한 사람에만 맞출 수도 없는 노릇.

과거 사례로 미뤄보건대 층간소음 갈등은 상당 부분 감정의 문제입니다. 실제 소음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사단(事端)이지만 처리 과정에서 감정 문제가 그 갈등을 극대화시키기도 합니다. “시끄럽지요. 미안합니다” “앞으로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말 한마디가 극한 갈등을 피하게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층간소음 발생 가구가 피해 가구를 배려해 노력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게 좋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미안하다” 말 한마디에 ‘발망치’가 ‘솜망치’로 들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가정주부입니다. 저희 집 위층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2명이 있습니다. 요즘 발망치 소리가 말도 못하게 심합니다. 이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전혀 소음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좀 커서 집안을 돌아 다니기 시작하면서 심장병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요즘은 참기 힘들어질 정도가 됐습니다.

애들이 집에만 있는 건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내내 ‘쿵쿵’ 대는 통에 10년은 늙은 것 같았습니다. 보통 아이들의 ‘발망치’ 소리는 윗집 아버지의 출근 시간인 아침 7시경에 시작됩니다. 그러다 하루 온종일 무얼 하는지 쿵쿵대다가 아버지가 퇴근하는 밤 10시가 넘어야 겨우 멈춥니다. 얼마 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지 유독 ‘와다다’ 하는 소리에 제 심장이 다 요동칩니다. 할 수 없이 아파트 관리소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옛날에는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은 ‘저 아이의 아랫집은 층간소음으로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면 지금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정도가 됐다고 할까요. 이런 제가 스스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하루는 저희 집 앞에서 인기척이 나서 월패드로 밖을 보니 위층 아이들이 어머니와 현관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 벨을 누르려고 하더군요. ‘내가 민원을 넣어서 화내려고 왔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잘됐다. 이 참에 제대로 항의하자’ 싶어 씩씩대며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위층 아이들이 직접 만든 쿠키와 쓰레기봉투를 손에 꼭 쥐고 와서는 “우리가 맨날 뛰어서 미안합니다”라면서 어머니랑 같이 사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 통제가 잘 안 됩니다”라면서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연신 머리를 숙여 사과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얼마나 혼이 났는지 주눅이 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이해합니다”라고 마음에는 전혀 없던 말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마음도 많이 풀렸습니다.

다만 아이들 친구들이 방문하여 활동할 때는 미리 알려주거나 더욱 조심하고, 늦은 밤에도 살살걷기를 서로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도 위층 소음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오후만 되면 심해지던 아이들 발망치 소리도 줄었습니다. 이런 노력이 고마워 저 역시 과일로 답례를 하곤 합니다.

층간소음도 이웃끼리 인사하며 관계가 개선된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감정싸움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례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해결 팁’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해결 팁’층간소음 해결의 골든타임은 통상적으로 6개월입니다. 그 이후로는 감정 문제로 전이되기 십상입니다. 자칫 이웃간의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개되는 사례가 너무도 많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층간소음에 대한 개념이 있을 리가 없어 아이들 발망치 소리는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더구나 요즘 애들은 어른 말도 잘 안 듣지요. 그러다보니 해마다 발망치 소음이 층간소음 민원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민원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음 자체를 줄이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주요 활동하는 위치에 꼭 3~5cm 이상의 매트를 깔고, 아이가 발 앞꿈치로 걸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를 생활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친구가 방문할 때는 사전에 인근 세대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위의 사례와 같이 상대 집을 방문해 정중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윗집이 이 정도 성의를 보이면, 아이들 버릇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 않는 만큼 아랫집도 윗집에 2개월 정도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