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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尹 ‘공공재’ 발언에 당혹 “인사 등 정부 개입 커질까 우려”

입력 | 2023-02-01 03:00:00

“지배구조 문제 넘어 은행에 영향력 행사 가능성”
당국 “이달 지배구조 개선 TF 꾸려 상반기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주요 금융회사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하면서 은행들 사이에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엄연히 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을 공기업처럼 간주한다면 민간기업인 은행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 대통령은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하나의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면서 금융사들에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의 마련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혁을 언급하자 금융권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공익에 기여하는 성격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은행을 공공재라 언급한 점은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앞으로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암묵적인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본부장급 간부는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하면서 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느껴진다”며 “앞으로 취약계층 배려나 사회적 비용 분담 등의 역할을 확실히 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대한 인사 개입과 낙하산 시도가 더 공공연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최근엔 순서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등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명확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인데 금융당국 수장이 특정 인사를 꼭 집어 퇴진을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는 등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 인사에 노골적인 개입에 나서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은행을 공공재라고 규정하는 것은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은 면허 산업이고 공적 성격이 강한 서비스인 것이 맞지만 모든 부분에서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의 개입으로 은행이 손해를 본다면 개인 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임원 선임 절차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중에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올 상반기(1∼6월) 안에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20년에 마련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일부 개정안을 우선 참고하되 미국, 영국 등 해외 선진국 사례 등도 함께 연구하면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에는 △임원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대표이사 자격 요건 강화 △금융사 임직원 보수 공시 강화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방식 개선 등의 방안이 담겨 있다. 금융사 CEO를 선출하는 이사회에 대한 CEO의 영향력을 제한하면서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또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금융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주주가 경영진에 책임을 묻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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