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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고려불상 日에 돌려줘야”…1심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

입력 | 2023-02-01 15:24:00

금동관음보살좌상. 동아일보DB


한국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1일 대전고법 민사1부(박선준 부장판사)는 충남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부석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1330년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에서 해당 불상이 제작됐다는 사실관계는 인정되며 불상은 제작과 함께 원시적으로 서주 부석사에 귀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하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현재 존재하는 부석사가 과거 존재한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 단체로 연속성을 갖고 유지됐다고 충분히 입증할 수 없어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보조참가인인 (일본) 관음사 역시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양수받아 취득했다고 주장하지만 관음사를 세운 종관이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불상을 양수해 취득했는지 아무런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자료를 비춰보면 원고 주장과 같이 약탈해 불법 반출한 정황이 존재해 보조참가인이 양수해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주장은 살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관음사가 법인을 취득한 1953년 1월 26일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해서 점유하고 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준거법으로 적용된 일본 민법에 따르면 법인이 설립돼 소유한 지 20년이 된 1973년 1월 26일 취득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불법으로 반출된 불상이더라도 점유 취득 원인이 된 사실관계 성질상 자주점유 추정이 번복되지 않아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시대인 14세기 초 제작돼 부석사에 보관돼 있다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10월 한국 절도단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돼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

일본 정부가 불상 반환을 요구하던 중 부석사가 2016년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이에 2017년 1월 1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에 불복한 정부는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는 일본 관음사도 뛰어들어 창설자인 종관 스님이 불교 수행을 위해 1520년대에 조선에 왔다가 정당하게 얻은 불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