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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비 인상 첫날…“1만6000원 내던 길이 2만2000원”

입력 | 2023-02-01 20:23:00

서울 중형택시 기본 요금이 1일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랐다. 인상 첫날 서울역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 뒷좌석에 요금 인상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렸다. 또 기본요금 거리는 현재 2km에서 1.6km로 줄였다.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도 승객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승객들은 “심야할증률을 조정한 지 2달 밖에 안 됐는데 또 오르니 택시타기가 무섭다”는 반응이었고, 택시기사들은 예상보다 승객들이 더 줄어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 “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허가예 씨(30·여)는 “평소 1만6000원 나오던 요금이 오늘은 2만2000원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웬만해선 택시를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도 “평소보다 요금이 3500원 더 나왔다”며 “오전 5시까지 출근이라 거의 매일 택시를 탔는데 자동차 구입을 앞당겨야 하나 싶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 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


●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빈 택시 14대만 줄지어 있었다. 반면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명기 씨(75)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했는데 지금까지 손님을 4명 밖에 못 태웠다. 평소에는 10명 가까이 태웠을 시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할증률 조정 후 손님이 하도 없어 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낮시간 손님까지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은 부족한데 택시요금이 올랐다며 사납금까지 올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