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터뷰 음주 상태에서 시동 안 걸리게 하고 AI로 교통사고 위험지역 예측 등 첨단 사고예방 장치 적용 확대 추진… 미래 모빌리티 안전성 강화 위해 전기차 안전진단 관리 체계 완비, 자율주행차 안전테스트 센터 구축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적·선제적 조치로 2026년까지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적은 교통안전 ‘톱10’ 국가가 되겠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통안전 ‘톱10’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 2000명대(2916명)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감소율이 7.5%에 달한다. 특히 보행자 사망자 수가 약 40% 줄어드는 등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이사장은 2026년까지 연간 사망자 수를 OECD 9위인 1800명대(인구 10만 명당 3.5명)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도 초급자 단계를 넘어서면 실력이 빨리 늘기 어려운데 교통안전도 마찬가지”라며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사고 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분들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예방에 AI 첨단기술 도입
권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첨단 사고예방 장치 도입 및 보급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에 탑승할 경우 시동이 아예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 잠금장치’다. 현재는 시범사업 중으로 렌터카 50대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보급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교통사고 위험지역 예측 AI ‘T-세이퍼(Safer)’와 위험물질 운송차 졸음운전 감지장치 도입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권 이사장은 “일단 도입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많다”며 “국민과 종사자들의 공감을 얻는 게 관건인데 조심스럽게 적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라이더들이 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가 늘어난 점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총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 관련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촉박한 배달시간, 무리한 운전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미래형 모빌리티 안전 확보에 총력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공단은 지난해 8월 전기차 안전 향상을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전기차 안전진단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배터리 충전 상태와 방전량, 온도 등 7개 안전항목을 시스템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단은 자율주행차 안전을 테스트할 미래혁신센터를 지난해 9월 경기 화성에 구축했다. 이곳에 쌓인 자율주행차 관련 데이터는 기술 보완에 활용될 예정이다.
개인형 이동수단(PM),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등장도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잠재 요소들이다. 이에 공단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모빌리티 시대 본격 개막’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공유 킥보드 위험주행 원인 분석, 공유 킥보드 앱 통합 관리 등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며 안전성을 높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권 이사장은 “기존의 교통 안전 관리 개념에서 벗어나 모빌리티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안전하고 스마트한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