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stewardship·기관투자가의 적극적 경영 참여)’ 행사 가능성을 내비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파장이 작지 않다. KT, 포스코 같이 예전에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기업,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지주회사들의 지배구조 개편에 정부가 간여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임박한 KT,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소유분산 기업 CEO들이 사외이사에 지인을 배치하고, 노조의 비위를 맞추면서 실적과 관계없이 장기 집권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몇 년 새 주요 금융그룹에서 발생한 수조 원대 사모펀드 사태, 대형 횡령사건을 CEO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데 대한 원성도 크다. 대주주가 책임지고 경영하는 기업이라면 생기기 힘든 도덕적 해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걸 정당화하진 않는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에 완전히 민영화돼 정부의 지분이 전혀 없다. 금융지주들도 소유권이 잘게 나뉘어 있을 뿐 엄연히 주주들이 존재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업들의 주식은 근로자들이 낸 돈을 운용해 기금을 늘리기 위해 투자한 수익성 자산일 뿐이다. 지난 정부가 스튜어드십을 강화해 대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을 때 당시 야당이던 현재 여권이 ‘연금 사회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