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개편안 獨-中 반발에 조정 직영 서비스센터 없으면 10~20%↓… 아우디-BMW 등 獨업체 타격 에너지 밀도 낮으면 40~50% 삭감, 中전기버스 보조금 큰폭으로 줄듯
올해 전기차를 살 때 직영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전기 승용차는 보조금의 10∼20%,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400Wh 미만인 전기 승합차(11인승 이상)는 보조금의 최대 40∼50%까지 삭감될 수 있다. 올해 지급될 전기 승용차 국고 보조금은 대당 최대 680만 원으로 확정됐는데, 이 기준이 적용되면 68만∼136만 원이 차감 지급된다는 뜻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현재 보조금(7000만 원)의 50%인 최대 3500만 원까지 깎일 수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수입차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외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줄이고 국산 전기차는 늘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초안 공개를 하루 앞둔 지난달 11일 수입차 업계가 반발하며 돌연 발표가 미뤄진 바 있다. 환경부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조율을 거친 초안보다 완화된 최종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AS센터 운영 따라 보조금 차등 적용
당초 정부는 올해 보조금 산정 기준으로 수입차 업체의 직영 AS센터를 포함시키고 이를 운영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최대 50%까지 삭감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전기차 업체가 반발했다.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우려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업체들은 직영 AS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직영 AS센터 대신 협력업체 AS센터도 인정해 주고 보조금 삭감 폭도 줄이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섰다. 환경부는 협력업체 AS센터와 정비이력·부품관리 전산시스템까지 갖추면 보조금의 90%, 협력업체 AS센터는 있지만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보조금의 80%를 지급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직영 AS센터가 아니더라도 기술자 교육의 정도에 따라 보조금 비율을 올리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중국 반발에 에너지 밀도 따른 삭감액 조정
중국 전기버스가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있고 안정적이지만 대부분 에너지 밀도가 400Wh 미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전기버스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전기버스 판매량의 48.7%(436대)를 차지했다.
현재 전기버스의 국고 보조금은 최대 7000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초안에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되 400Wh 미만은 보조금을 30%만 주는 것을 제시했다. 최대 70%까지 삭감하려던 초안과 달리 수정안에서는 업계 반발을 감안해 최대 40∼50% 선까지 물러섰다. 이렇게 되면 최대 3500만 원까지 보조금이 깎일 수 있어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IRA 대응도 변수… 소비자 “전기차 비싸지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이라는 통상 변수까지 불거지며 환경부의 최종안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수입 전기차가 국산 전기차보다 보조금을 덜 받게 되면 미 정부에 “IRA는 한국에 차별적”이란 논리를 펼 수 없게 된다. 환경부는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한 환경 정책일 뿐 IRA 등 외교통상이나 정치적 고려를 한 개편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그 파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보조금 개편안 공개가 취소된 지난달 11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방한한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차관과 만나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받는 IRA 관련 논의를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가격 상승을 우려한다. 통상 1월 중순쯤 발표되던 전기차 보조금 최종안 확정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혼란도 예상된다. 전기차 구매를 계획 중이던 회사원 박재석 씨는 “새 기준이 적용되면 6000만 원대의 수입 전기차를 사도 최대 200만 원대의 보조금밖에 못 받을 수 있어 수입 전기차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