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재 양성] “인력난에 국가경쟁력 약화 우려” 지역 인재양성 ‘글로컬’ 대학 30곳, 5년간 1000억씩 집중 투자 계획 대학지원예산 절반 지자체 이관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출범시키고 1일 첫 회의를 열었다. 부총리와 경제부총리, 주요 부처 장관들도 위원으로 총출동해 사실상 ‘제2의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첨단 기술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며 국제 경쟁에서 미국, 일본, 대만 등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가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분야 핵심 인재 양성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전략’을 보고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8개 부처 장관들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 전경훈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 등 정부, 교육, 산업, 연구계 고위 인사 28명이 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중 24명이 구미에 모였다. 핵심은 신(新)산업 분야 인재 양성 계획을 국가가 주도해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지난해 12월 산업부가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는 1752명, 전자 5375명, 화학 4275명 등 총 1만1402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2030년까지는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4대 핵심 산업에서 약 7만7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지수(63개국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첨단 기술 제품 수출 규모는 5위로 최상위권이었다. 반면 수준급 엔지니어 공급은 42위, 해외 고급 인재 유입은 49위로 중하위권이다. 지금은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미래에 이를 뒷받침하고 주도할 인재는 부족한 구조라는 뜻이다.
●대학 재정 지원 사업 절반 지자체로 이양
정부는 지방대 경쟁력을 강화할 대책도 발표했다. 교육부는 각 지역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지방대를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해 한 곳당 5년간 1000억 원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대부분 학교당 수억∼수십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올해 10여 곳을 지정하고, 2027년까지 3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지역 소멸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비(非)수도권에 집중하겠다. 놀랄 만큼 변모하는 새 유형의 지역대가 출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교육부는 그간 쥐고 있던 고등교육(대학) 지원 관련 권한을 언제, 얼마만큼 지방으로 넘길지도 공개했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의 50%(금액 기준)가량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길 계획이다. 금액으로는 2조 원이 넘는다. 올해 5개 내외 시도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고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나눠 먹기’ 식으로 예산이 배분되거나 지자체장의 전횡으로 혈세가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충청권 한 대학 관계자는 “사업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 정치인들이 재정을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글로컬(Glocal)은 ‘글로벌(Global·세계)’과 ‘로컬(Local·지역)’의 합성어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지방대 30여 곳을 글로벌 경쟁력과 지역적 특색을 겸비한 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구미=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